KT, 공모價 '떠받치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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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난 5월 정부 보유 지분 매각 당시 2천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편법으로 조성,공모가 결정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장화된 기존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사실상 단독 펀드화한데다 이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면서도 이사회 결의와 공시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증권가에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는 정부지분 매각을 위한 공모가격이 결정됐던 지난 5월16일 대한투신운용의 W펀드에 2천억원을 투입,이 펀드에서 KT주식 2백억원어치를 사들였다.
W펀드의 수탁고는 KT의 투자직전 1천2백만원에 불과,사실상 사장돼 있던 펀드(일명 자투리펀드)였다.
W펀드는 KT 투자 이후 사실상 단독 사모펀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전용,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공모가격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경영의 불투명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공모가 결정에 영향 줬나=KT의 정부지분 매각을 위한 일반공모는 5월15일 수요예측(북빌딩),16일 공모가 확정,17∼18일 청약의 순으로 이뤄졌다.
15일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할인율은 마이너스 1.37%로 정해졌다.
그리고 16일 종가에 이 할인율을 적용,5만4천원이라는 공모가격이 확정됐다.
KT는 대한투신운용의 W펀드에 공모가격 결정일인 5월16일에 2천억원을 투입,2백억원어치 가량의 KT주식을 사들였다.
W펀드는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동일종목에 대해 펀드자산의 10%까지만 매입할 수 있었다.
이 펀드는 매입 최대한도까지 KT주식을 산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당시 KT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5백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백억원 규모의 주식매입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공모가 결정일에 외국인과 기관들이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싼 값에 공모물량을 다시 사들이는 거래를 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런 점에서 KT가 지나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2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W펀드는 어떤 펀드=W펀드는 지난 99년 설정된 공모펀드다.
하지만 지난 5월 수탁고가 1천2백만원에 불과했던 버려진 펀드였다.
KT가 자금을 투입하기 이전에는 운용팀조차 지정돼 있지 않았다.
형식상 공모펀드이지만 펀드 수익자가 사실상 KT 혼자뿐인 사모펀드로 바뀐 셈이다.
공모펀드 규정상 2천억원의 10%인 2백억원어치만 KT주식을 샀지만 운용사의 독립적인 판단이라기보다 KT와의 사전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투명성 논란=상장기업이 공모펀드,즉 일반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행위는 자금운용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공모가격 산정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모펀드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사모펀드를 운용했다면 경영투명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사회결의와 공시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자사주 취득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KT는 공모 완료 후 전반적인 증시침체에 따라 KT주가도 크게 떨어져 펀드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시점을 찾지 못하다 4개월이 지난 17일께 펀드 원금이 투자자금수준으로 되돌아오자 투자자금을 전격 회수했다.
KT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여유자금이 충분치 않은 KT가 그처럼 막대한 자금을 공모가 결정시점에 투입했다는 의사결정 자체가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