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부터 대입 정원이 수험생수를 웃도는 사상 초유의 '역전(逆轉)' 현상이 벌어진다. 이제 상아탑에 안주하던 시절은 막을 내렸고 '시장경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 이미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전국 대학(4년제.전문대) 평균 미충원율은 7.1%에 달했고 내년엔 10%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산업으로 볼 때 대학은 지금껏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일반 산업과 달리 수요자가 언제나 많은 이질적인 형태였다"며 "이제 대입정원이 지원 학생수를 웃돌게 되면서 능력없는 대학은 망하고 대학간에도 통폐합(M&A)이 이뤄지는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대학의 격변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중추절을 맞아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서면으로 인사 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추석명절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중략) 우리 대학교에는 현재 28개 학과가 있는데 안경광학과는 전국에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전남 무안 초당대의 정시채 총장이 한가위를 맞아 광주.전남지역 고3 수험생 학부모 1만여명에게 보낸 친필 편지 내용의 일부다. 정 총장은 매년 세 차례씩 이런 편지를 보낸다. 전체 입학생중 60%인 광주.전남지역 출신 학생 비율을 70%까지 올리기 위한 홍보 전략의 하나다. 지방대는 해당 지역 고교생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고정적인 시장 기반 다지기'를 해놔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DM(직접 우편)부터 시작한 것. 편지쓰기 다음은 '미래고객'을 상대로 한 '학교 세일즈'다. 정 총장은 작년 광주.전남지역 55개교 등 총 70개 학교를 찾아갔다. 올해는 1백개 고교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달 초엔 한 학년 정원이 50명밖에 안 되는 진도의 조도고교까지 원정을 갔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소재 명문대 몇 개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대학이 입학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 지역은 올해 4년제대 미충원율이 서울의 약 17배인 20.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가뜩이나 신입생을 끌어오기 어려운 판에 수험생 절대수마저 모자라는 악재(?)까지 겹쳐 일부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서원대 김정기 총장도 작년까지 교수와 학생들에게 맡겼던 학교 홍보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달부터 충청.경기 지역을 방문,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충남대 이광진 총장은 지난 7월 중국 베트남 지역 5개 대학을 돌며 "첨단 과학기술 단지인 대덕밸리에 위치해 산.학 협력교육에 강점이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외국인 학생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수도권 소재 대학은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교육시장 개방추세 등에 비춰 내심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앙대 박명수 총장은 매일 저녁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동문들을 만나고 다니며 한해 10억원대에 그쳤던 발전기금 모금 실적을 지난해 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도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운동을 전개, 지난 95년 이후 5백억원을 모으는 등 재정확충에 힘쓰고 있다. 총장들의 세일즈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우리 대학들의 전략적인 마케팅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단기적인 신입생 모집 광고에만 신경쓰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PR 경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