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효 한국전기초자 사장(66)은 참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다. 기업경영을 하다 짬이 나면 훌쩍 해외여행을 떠난다. 호화 크루즈 여행이나 골프 관광이 아니다. 그가 즐겨 찾는 곳은 아프리카 티베트 네팔 인도 중남미 알래스카 러시아 중국 등. 그 중에서도 사람과 돈의 때를 타지 않은 오지(奧地)만 찾아 다닌다. 티베트는 특히 그가 즐겨 찾는 곳. 지난 6월에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기록하기 위해 늘 사진을 찍는다. 30년 경력이다. "티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그들을 보면서 내세(來世)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 해발 7천~8천m에 이르는 히말라야 산맥 일대를 돌아다니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 실크로드를 따라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들어갔을 땐 홍수로 길이 막혀 우회로를 찾느라 이틀을 꼬박 헤매기도 했다.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와 아프리카 나마비아 지역에서도 같은 일을 겪었다. "힘들지만 갔다오면 성취감과 일에 대한 의욕이 솟구칩니다.기업 경영도 마찬가지 아닌가요.어려운 때 시작한 사업일수록 성공에 대한 만족감이 크죠" 지난해 8월에는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을 주제로 사진집도 출간했다. 부탄은 대승불교를 국교로 삼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형은 끊임없는 도전과 극복을 요구하는 험난한 산악지대입니다.어려운 환경속에서 그들이 누리는 정신적 여유로움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카메라만 하셀블래드 라이카M6 등 10대가 넘는다. 투자한 돈이 족히 1억원은 될 것이라며 웃는다. 사진여행을 떠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것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요즘은 디지털카메라가 많지만 굳이 폴라로이드를 쓰는 이유는 사진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한 번에 최소한 2~3백장의 필름을 가져간다. 오지에 사는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최고의 선물이다. 모델료인 셈이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깊이 있는 취미생활을 권한다. "단순히 노동시간으로 근로의 가치를 판단해선 안됩니다.집중력과 창조력이 오히려 중요한 잣대죠.휴식과 노동의 조화가 중요합니다.여기서 사고의 창조력과 열정,삶의 질과 기업의 가치가 창출되지요" 그 자신이 한국전기초자 사진 동우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명절때나 사내행사때 직원 가족사진도 찍어준다. 종업원과 취미활동을 같이 하면서 거리감도 없어졌다. "3백65일 일만 할 수는 없지요.삶을 제대로 느끼려면 깊이 빠져들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 보다 좋은 일은 없어요" 가끔씩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인생 선배로서 해주는 얘기다. 박 사장은 칠순잔치 때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그동안 촬영한 사진들로 기념전을 열면서 즐거움을 나누겠다는 소박한 계획을 갖고 있다. 글=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