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 KOREA] 귄터 슈스터 <지멘스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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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슈스터 지멘스코리아 사장은 한국서 올해 정년을 맞는다.
그가 극동지역 영업을 담당한 것은 1965년 입사 직후.
그는 이를 계기로 88년 이사급으로 한국에 온 뒤 14년을 근무해 왔다.
슈스터 사장은 '외국인을 위한 음식조차 거의 찾을 수 없던 시절'에서 '88올림픽을 전후한 급격한 개방'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전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누구보다 정확히 목격했다.
"처음엔 정말 먹을만한 것이 없었어요. 88올림픽이 시작하기 2주 전 쯤인가, 동네 슈퍼마켓에 서양 음식이 쫙 깔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는 "아직도 외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치즈 소시지 초콜릿 등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특히 "월드컵은 한국이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깨끗하고 현대적인 모습을 세계에 보여준 호기였다"고 강조한다.
14년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개인적인 이벤트도 많았다.
지멘스코리아 직원들은 몇달 전 환갑을 맞은 그를 위해 고향 독일에서 그의 어릴 적 사진과 현지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외동딸 가족의 사진을 공수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슈스터 사장은 "사장은 절대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되는데"라면서도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했다.
"나는 정말 이 나라를 좋아합니다. 아니라면 어떻게 14년이나 살았겠어요."
슈스터 사장은 특히 한국의 통일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간산업 투자를 호소하는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북한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낙후된 전기와 공업용수망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한은 북한에 숨길 것이 없으니 북한 주민들이 휴전선을 마음대로 통과하도록 내버려 두어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겁니다. 정말 통일을 원한다면 서독과 동독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과 물자가 넘나드는 대규모 교역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높은 생활 수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지멘스코리아가 내달 새로운 사장을 맞으면 슈스터 사장은 연말께 고향인 독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차세대 초음파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 한국 유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강대학교와 1년내 R&D센터를 설립한 후 생산시설도 정비해 제품을 전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슈스터 사장은 "차세대 초음파 의료기기는 지멘스코리아가 개발에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맡게 되며 판매는 지멘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초음파기기 뿐 아니라 CT MRI를 포함한 모든 중고가 의료장비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R&D기능 확보는 첫번째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멘스는 매년 7~8%씩 성장하는 한국의 중고가 의료기기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1백55년 역사를 가진 독일 회사 지멘스는 한국전쟁 직후 발전소와 화학공장 시멘트 공장 건설을 위해 한국에 상륙해 주한 외국 기업중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지멘스코리아는 지난해 1천8백명 임직원이 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