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개인 타이틀의 주인공도 대부분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도 짙은 안갯속에 싸여있는 부문이 있다. 바로 투타의 핵심 타이틀인 다승과 홈런, 그리고 구원왕 싸움이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부문이 이승엽(42개.삼성)과 페르난데스(41개.SK), 심정수(39개.현대)가 벌이는 홈런왕 3파전. 시즌 중반까지만해도 이승엽의 독주로 끝날 것 처럼 보이던 홈런왕 레이스는 페르난데스와 심정수가 8월 이후 급상승세를 타면서 혼전으로 뒤바뀌었다. 페르난데스는 추석 연휴 3일간 날마다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주춤하던 심정수도22일 7경기만에 홈런을 날려 다시 추격의 고삐를 거머쥐었다. 남은 일정만 놓고보면 이승엽이 17경기를 남겨놓아 페르난데스(7경기)와 심정수(13경기)보다 훨씬 유리하지만 몰아치기에 능한 추격자들의 페이스가 워낙 거세 속단은 금물이다. 특히 이승엽은 지난 98년 7월까지 우즈(두산)에게 10개 이상 앞서다 막판 뒤집기를 당한 아픈 기억도 있어 페르난데스의 방망이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치열하기로만 따지자면 구원왕 다툼도 홈런왕 못지않다. `백전노장' 진필중(두산)과 `겁없는 신인' 조용준(현대)이 33세이브포인트로 구원 공동 1위에 오르며 팽팽한 신구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조용준이 지난 주중(16-18일) 3일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시즌 내내 선두를 고수해 온 진필중을 밀어내고 시즌 처음 1위로 나섰지만 진필중이 이에 질세라 19일과 20일 연속 세이브를 기록해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흥미 만점의 레이스는 조용준이 21일 한화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며 균형을 이룬 상황. 둘 다 쾌조의 페이스를 이어가는 가운데 구원왕 싸움은 결국 세이브 기회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이고 이 면에서 조용준(15경기)이 진필중(10경기)보다 5경기나 더 남은데다 팀도 상승세에 있어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송진우(한화)가 레스(두산)와 키퍼(기아) 등 두 명의 용병 투수와 힘겹게 맞서고 있는 다승왕 다툼도 시즌 막판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송진우가 17승으로 두 용병을 1승 차로 따돌리고 있지만 3명 모두 적어도 두 세번의 선발 등판 기회가 남아있어 누가 다승왕이 될 지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