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변호사] 김연미 <김&장 법률사무소>..ARS 물꼬 튼 금융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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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부터 본격화된 자산유동화증권(ABS)은 기업자금조달 방식에 혁명을 불러왔다.
ABS란 금융회사나 기업이 카드대금 자동차할부금 등 나중에 받을 돈이나 각종 회사자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이를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신금융기법.돈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는데다 기업의 부채비율까지 떨어뜨려준다는 잇점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금융회사와 기업이 애용하는 자금조달 기법이 됐다.
'금융마술'에까지 비유되는 ABS를 국내에 들여와 정착시킨 이면에는 '새파란' 여성 변호사의 큰 역할이 있었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김연미(30) 변호사가 그 주인공.
6년차 변호사인 그가 처음 ABS를 접한 것은 지난 97년.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ABS를 발행하는 작업에 참여,실무를 익힐 기회를 가졌다.
이듬해 정부가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유동화법을 만들 때도 같은 로펌의 선배인 김용호(40) 변호사와 함께 깊숙이 간여했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ABS를 발행한 건 이로부터 2년 뒤인 2000년.채권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던 그해 4월 외환카드가 "AB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김&장을 찾았다.
신용카드 매출채권으로 ABS를 발행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 지 모르겠더군요.
외국사례를 찾아봤지만 우리와 법조항이 너무 달라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ABS 발행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속에서 일을 추진했죠"
동료 3∼4명과 팀을 이룬 김 변호사는 ABS 해부에 나섰다.
7∼8시간씩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가 계속됐다.
어떤 채권을 유동화대상에 넣어야하는지,어떻게 거래구조를 짜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 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막 첫아이를 낳은 '주부'였지만 김 변호사도 밤샘작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기를 8개월.2000년 12월 드디어 국내 첫 신용카드 채권을 기초로 한 ABS 발행이 이뤄졌다.
일정 요건을 갖춘 외환카드 회원의 3년치 카드 사용분(장래채권)을 예상한 뒤 이를 대상으로 ABS를 발행,3천3백66억원을 조달한 것.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쾌감과 의뢰인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느껴지더군요.
의뢰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의 짜릿함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외환카드의 성공이후 신용카드사들의 ABS 발행은 봇물을 이뤘다.
김 변호사는 삼성카드 국민카드 등에 10여차례 도움을 줬다.
서울대 법학과 4학년때 사법시험(36회)에 합격한 뒤 연수원을 거쳐 지난 97년 김&장을 첫 직장으로 택한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금융 업무만 맡았다.
ABS 발행외에도 △98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99년 KT 뉴욕증시 상장 및 주식예탁증서(DR) 발행 △2000년 포스코 DR 발행 및 정부지분 매출 등 굵직한 일에 참여했다.
금융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앞으로도 금융 한 분야만 파고들 계획이다.
"금융 변호사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금융시장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거래구조를 짜고 동시에 계약서 글자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야합니다.
세심하고 치밀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분야인 것 같아요"
98년 겨울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같은 로펌에 다니는 천경훈 변호사와 화촉을 밝힌 김 변호사는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