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패트롤] '종로 귀금속시장' .. 귀금속타운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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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가 끝난 23일 오후 2시.
귀금속 점포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봉익동.
1.5평짜리 매장 10여개로 구성된 집단상가 A귀금속에는 젊은 남녀 십여명이 진열대에 코를 바짝 댄채 반지 목걸이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남자친구와 함께 들른 김은희씨(대학생.21)는 "6만2천원짜리 14K 금반지를 하나씩 맞췄다"며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바로 옆 G귀금속.
20대 여성이 잡지를 펼쳐 보이며 "이 명품과 똑같은 것"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 손님이 찾는 것은 진짜 명품이 아니다.
정품 가격의 10%면 살 수 있는 가짜 패션보석 "짝퉁"(모조품)이다.
종로 귀금속시장은 우리나라 혼수예물 1번지.
점포수가 3천여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귀금속 시장이다.
중장년층에서는 이곳에서 혼수예물을 마련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지금 급변하고 있다.
혼수예물을 사러 나온 예비 커플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대신 '패션 귀금속',또는 귀금속 액세서리를 사러 나온 젊은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종로 귀금속시장에는 최근 수년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5만∼10만원대 중저가 패션 주얼리를 파는 점포가 속속 들어섰다.
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천7백여개였던 귀금속 점포가 지금은 3천여개로 늘어났다.
종로4가 예지동과 종로3가 봉익동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귀금속 타운은 종각 근처까지 넓어졌다.
특히 종로4가 예지동은 예물 귀금속 센터다.
이곳은 중장년층이나 예비 커플들이 결혼예물을 사기 위해 많이 찾는다.
종각쪽에 가까워질수록 중저가 귀고리 커플링 목걸이 등을 파는 패션주얼리 점포가 많다.
이곳은 오후 7시면 문을 닫는 종로4가쪽과 달리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다.
매장에는 채시라 세트,성유리 세트,김희선 세트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액세서리도 진열돼 있다.
귀금속 고객이 종로로 몰리는 것은 대규모 상가가 형성돼 있는 데다 도매와 소매가 섞여 있어 값이 싸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동네 금은방에 비하면 30%쯤 싸고 전반적으로 백화점의 25∼50% 가격이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색 보석류를 살 때는 주의해야 한다.
예지동의 한 보석 도매점 주인은 "순금이나 다이아몬드는 고시 가격이 매일 나오기 때문에 싸게 팔지만 유색 보석류는 원산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속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싸게 사려면 소매형 도매점이 많은 대로변 가격과 원도매점이 몰려있는 뒷골목 가격을 비교해봐야 한다.
세운상가 인근 귀금속가게 주인은 "열 개 중 아홉 개를 싸게 사더라도 하나에서 바가지를 쓰면 허사"라며 "인터넷에서 가격정보를 찾아보고 오면 좋다"고 알려줬다.
종로 귀금속시장은 외형은 커졌지만 지금 고민에 빠져 있다.
매출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만 해도 예물 예산이 평균 3백만∼4백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1백만∼1백50만원에 불과하다.
골드윈 이진희 실장은 "순금 세트나 귀보석 세트를 생략하는가 하면 시계까지 목록에서 빼는 커플도 있다"고 말했다.
또 "50만∼1백만원짜리 커플링 하나만 하는 커플도 열에 서넛은 된다"고 덧붙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