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 지난 4월 국내 산.학.연 전문가 7백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업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의 72.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강 기술국인 미국(76.0%)보다는 6~7년 이상, 일본(79.0%)과 유럽(80.0%)에 비해서도 5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기간산업은 80% 안팎까지 선진국들을 따라간 상태지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중인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 5대 신기술(5T) 분야는 평균 66%선에서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한데도 신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투자와 연구인력 수급정책은 제갈길을 못찾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R&D)보다 생산설비 확충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차세대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뒤처진 신기술 경쟁력 IT(73.9%) 분야는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힘입어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에 비해 BT(66.1%) 환경기술(ET.64.0%) 항공.우주기술(ST.60.8%) 등은 기초기술과 연구인력 부족 탓에 8∼10년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BT와 ET 기술 수준은 지난 99년보다 오히려 3.0%포인트, 3.6%포인트 각각 뒷걸음질했고 세라믹재료는 7.7%포인트나 곤두박질했다. 첨단 산업의 인프라 기술로 각광받는 초미세기술(NT.26.0%) 분야는 걸음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뒷전에 밀린 R&D 투자 일본 기업은 지난 2000년 R&D 부문에 매출액의 7.26%를 투자하는 등 생산설비 확충(4.23%)보다 첨단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3.25%)은 생산설비 투자비율(7.96%)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체 R&D 예산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일본과 대만이 40∼45%에 달한 반면 한국은 27%에 불과, 우수 인력의 기술개발 의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인력난 부추기는 부실 공학교육 국내 공과대학의 전공 이수학점(36학점)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48∼67학점)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실험실습 및 설계교육(5∼10학점)은 미국(16학점+종합설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공학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기초기술과 설계도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저품질의 엔지니어가 양산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심화되는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해 산업인력 공급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대입 수험생의 이공계 응시 비율은 97년 42.2%에서 올해 26.9%로 곤두박질쳤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공동기획: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협중앙회 경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