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을 제안,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선언문에 반영돼 대륙횡단 철도사업이 구체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김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ASEM에서 이같이 제안했고,회원국이 '실현 가능한 사업'이라고 판단해 선언문에 포함시켰다. 이 사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국가는 25개 ASEM 회원국 정상 및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북한은 최근 여러 가지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했다"고 소개하고 북한 신의주를 지나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의 의미를 설명해 호응을 받았다. 문제는 이 사업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관계 국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철도 연결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와 철도 건설비 분담 등에 대한 갈등이 생길 경우 사업이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의 실크로드'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당국과 러시아 중국 간에 계속돼 왔다. 김 대통령은 지난 2000년 광복절 경축사와 2001년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같은 해 12월 유럽에서의 연설 등을 통해 꾸준히 이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난해 유럽순방 때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정보화 실크로드'를 구축,'e-유라시아'를 실현하자"는 제안을 해 주목받은 바 있다. 코펜하겐=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