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끌어온 한화와 정부의 대한생명 매각협상이 23일 막을 내렸다. 하지만 협상과정을 되돌아보면 국제입찰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함량미달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가격문제가 그 중 압권이다. 가격산정의 기준점이 입찰제안서 마감 이후 계속 바뀌고 가격은 고무줄처럼 움직였다. 처음 1조6백억원에서 1조4천2백억원,며칠 뒤 1조5천2백억원,그리고 추석을 지내고 나니 1조6천1백50억원으로 올라 있었다. 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자고나면 오르는 강남의 아파트값처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 한번 하고 나면 치솟은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는 정부가 일방적인 협상 우위의 지렛대를 쥔 상태에서 한화를 주무른 결과라는 관측이다. 한화는 대생의 기업가치를 계속해 상향 조정해온 정부측에 반발,한때 보험산업의 낮은 성장성을 거론하며 인수포기를 시사하는 등 '벼랑끝 전술'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런 한화가 결국 평가 최고액을 인정한 과정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처음부터 한화와 정부가 궁극적인 '목표 가격'에 묵시적으로 합의하고,공자위의 일정에 맞추어 가격을 올려나가는 수순을 밟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불과 한달 사이에 대생의 기업가치가 이렇게 변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높은 가격을 보장받음으로써 공자위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기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과연 다른 국제입찰에서도 이런 파워를 발휘했던 적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마지막 의문은 한화쪽으로 돌아간다. 한화가 당초 예정액을 훨씬 뛰어넘는 8천여억원의 인수금액을 컨소시엄 파트너인 오릭스와 맥커리가 수용토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떤 형식이든 우대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또다른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와,한화와 대한생명이 향후 치러야 할 비용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득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