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알밤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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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여문 '알밤줍기'가 한창이다.
쩍 벌어진 밤송이는 바람이 불 때마다 후드득 후드득 알밤들을 쏟아내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에는 어디든 밤나무가 많아서인지 예로부터 알밤줍기는 초가을의 큰 즐거움이었다.
요즘에는 전국 곳곳에 대규모 밤농장이 조성돼 가을맞이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1만원 내외의 입장료만 내면 알밤을 맘껏 먹고 주울 수 있을 뿐더러 싸가지고 오는 것도 자유롭다.
예전처럼 밤의 수요가 많지 않은 탓에 이같은 밤농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과나 배 등 과수원에서 이같은 계절행사를 벌이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식용이나 약용으로 폭넓게 쓰이는 밤은 우리에게 무척 가까운 과일이다.
쌀에 밤을 섞은 '밤밥'은 별식으로 그 맛이 유별나고,대추와 함께 밤을 넣어 찐 약밥은 아직도 일부 지방에서 명절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관혼상제에도 필수적인 밤은 전통혼례를 올릴 때나 제사상에 어김없이 놓여진다.
또 다남(多男)을 상징하여 폐백을 올릴 경우는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뜻으로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밤을 던져주기도 한다.
밤은 무엇보다 약효가 뛰어나 한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위장이 약하고,신장이 허약한 사람에게 효험이 있다 해서 말린 밤(乾栗)을 약재로 쓴다.
양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아이가 걷지 못하거나 식욕이 부진해도 밤을 먹였다고 한다.
실제 밤에는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해 성장촉진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밤은 한반도 외에도 유럽 북미 등 온대지역에서 폭넓게 생산되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밤은 품질이 우수했던 것으로 여러 문헌들이 전한다.
삼국지(三國志)위지동이전과 후한서(後漢書)에는 마한(馬韓)에서 굵기가 배만한 밤이 생산된다고 했고,수서(隨書)에는 백제에서 큰 밤이 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분간은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 하니,가을정취도 느끼고 아이들의 자연학습도 시킬 겸해서 가까운 산에 가족나들이 알밤줍기에 나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