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이사람] 유상기 <린나이코리아 콘서트밴드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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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가스레인지를 생산하고 저녁에는 화음을 생산한다"
인천에 있는 가스레인지업체 린나이코리아.
퇴근무렵이 되면 이 회사의 밴드연습실에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를 든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이윽고 멋진 관악기 소리가 퍼져나온다.
이른바 린나이콘서트밴드다.
이 밴드를 이끌고 있는 악장은 유상기 과장(46).
그는 음악을 통해 직장동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일념에 가득차있다.
그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한 관악협주단의 운영책임자라는게 자랑스럽다"며 "단원들의 긍지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밴드는 음악애호가인 이 회사의 강성모 회장이 지난 1986년 2월 사내의 관악연주동호회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출범시켰다.
단원은 52명.
대부분 가스레인지 조립부 소속 근로자들이며 6명은 사무직원이다.
하루 2시간씩 매주 4일정도 연습한다.
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유 악장은 밴드 출범이후 16년동안 악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일반 회사 업무는 맡지 않고 밴드운영만 전담하고 있다.
린나이콘서트밴드는 매년 한차례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단체 등의 초청을 받아 매월 두세차례 공연도 한다.
린나이콘서트밴드의 운영비는 인건비 정기공연비용 등을 포함해 연간 2억여원이 든다.
이를 회사가 전적으로 지원한다.
악기도 회사가 구입했다.
"연주회때 생산라인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입기도 하지만 단한례도 정기공연은 중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장의 지극한 음악사랑과 단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때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단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운영비도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초청공연 횟수를 줄였다.
유 악장은 "그러나 음악이 절망속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린나이콘서트밴드는 지난 1995년 8월 광복50주년 기념 공연인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대향연"에서 정명훈씨 지휘 아래 KBS교향악단과 협연하기도 했다.
유 악장은 "정명훈씨로부터 기업체가 운영하는 관악합주단을 지휘하게 돼 기쁘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실력도 손색이 없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밝혔다.
린나이코리아는 문화행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3년안에 "린나이문화재단"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