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년 예산안의 虛.實 .. 羅城麟 한양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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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3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 예산안은 현 정부가 편성했지만,집행자는 차기 정부이기에 그 편성에 미묘함이 있다.
왜냐하면 예산이란 어떤 정부가 1년 동안 추진해 나갈 한 나라의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데 자칫하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현 정부의 의지에 의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하기는 이번 예산이 차기 정부에 의해 추경예산 편성 등으로 다시 수정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심성 예산같은 것을 배제하고 원칙에 입각한 예산편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금년 본예산 1백5조9천억원보다 5.5% 증가한 1백11조7천억원으로 편성됐고,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서는 순계기준으로 금년 본예산 1백46조원보다 6.7% 증가한 1백55조8천억원으로 편성됐다.
내년도 경상성장률이 8.5% 내외로 예측되고 있기에 이 예산안은 과거에 늘 비판받아온 팽창예산의 시비로부터는 자유로울 것 같다.
지난 4년 간 증가한 60여조원의 국가부채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 1백57조원의 원리금 상환이 내년부터 돌아오고,특히 회수불가능 공적자금 상환을 재정에서 지원해야 하는 반면,공기업주식 매각수입 감소 등으로 세입기반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건전재정 회복 노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엔 적자국채발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재정건전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이번 예산안의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재정건전화 노력 외에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서의 기반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자유무역지대 확대를 포함한 외국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대비 투자를 위해 교육투자,연구개발을 포함한 과학기술투자의 확충,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 계속하는 것이다.
둘째,중산·서민층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의 내실화를 위해 기초생활보호를 확대하고 사회복지서비스 시설을 확충하며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늘리기로 했다.
셋째,올해 두번에 걸친 대규모 수해를 계기로 주요 하천 치수 및 댐건설 확대,재해위험지구 정비와 같은 재해예방적 투자를 대폭 늘렸다.
주요 부문별 재원배분의 특징을 보면 사회복지,교육,안전·건강 및 인건비에 대한 예산증가율이 두드러진 반면 정보화,사회간접자본,문화·관광에 대한 배려는 약했다.
과학기술과 국방비는 평균증가율을 유지했고,통일·외교에 대한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
이번 예산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균형재정을 달성했다는 정부의 주장은,일반회계만을 기준으로 볼 때는 일단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기에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적자금상환기금을 신설함으로써 국채발행을 기금부담으로 떠넘긴 결과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예산의 증가율이 일반회계 기준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나,예년의 관례처럼 일반회계와 재정융자특별회계의 합계를 기준으로 할 때도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둘째,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국가경쟁력 강화이고 이를 위해선 사회간접자본,연구개발 및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에서 이 부문에 대한 증가율은 낮고,사회복지와 인건비 같은 경직성 예산에 대한 증가율이 높은 것은 효율적 예산편성이라고 할 수 없다.
셋째,내년부터는 막대한 공적자금과 국채 상환이 우리 재정의 중요과제인데,이번 예산안엔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막대한 국가부채와 공적자금의 상환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동시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실한 경제성장 기반구축을 필요로 하는 현 시점에서 내년도 예산편성의 원칙은,건전재정의 회복과 경쟁력강화 기반 마련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경상경제성장률에 못미치는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좀 더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어 보이며,그럴 경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대비 투자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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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