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현지르포) '단둥이 전하는 신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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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丹東)의 압록강변에 위치한 북한 음식점 삼천리.
24일 이곳은 점심과 저녁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신의주 경제특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며칠 사이 이곳을 찾는 손님이 늘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왔다는 한 식당 종업원은 "요 며칠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며 "손님도 신의주 때문에 왔습네까"라고 물었다.
단둥은 신의주와 가장 가까운 중국 도시.
1㎞가 채 안되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압록강을 건너면 바로 신의주다.
그러기에 신의주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이다.
북한관련 사업을 해온 단둥의 비즈니스맨들은 벌써부터 신의주의 변화상을 전하기 시작했다.
"겉으론 평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변혁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는게 그들의 진단이다.
태풍 전야의 모습 그 자체란 것이다.
지난 추석 때 사업파트너 방문차 신의주를 다녀온 단둥진출구공사(丹東進出口公司) 직원인 J씨(38.여)는 "지난 2∼3개월 사이 평양 고위직 인사들의 신의주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파견된 행정관리들이 신의주 중장비 생산업체들을 돌며 운영 상황 일체를 조사해 갔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신의주 친구들로부터 '경제특구가 무엇이냐' '그러면 신의주는 홍콩과 같은 자본주의 도시가 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시민들의 왕래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변혁의 움직임이 감돌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의주에 친지가 있는 조선족 동포 K씨(52)는 "지난 5월 신의주 방문 때 이미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이종사촌으로부터 개방 얘기를 들었다"며 "신의주 고위 공무원들은 경제특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신의주 공무원들은 특히 중국의 경제특구 운용 방안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덧붙였다.
단둥의 한 신문 기자인 Y씨(39)는 "신의주가 '홍콩식 경제특구'로 개발될 것이라는 점은 신의주 공무원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며 혁신적 개방 내용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Y씨는 신의주 공무원의 말을 인용, "신의주가 개방도시로 지정될 거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흘러 나왔지만 '홍콩식'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경제특구 개발은 고위층에서 극비리에 추진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둥의 반응은 신의주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이다.
지난해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후 즉시 신의주를 방문하자 발빠른 사람들은 이미 현지 건물들을 장기 임차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국가로는 보기 드물게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둥시도 중조우의교에서 20㎞ 떨어진 압록강 하류지역에 신의주를 잇는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지금은 '평북' 번호판을 단 북한 트럭들이 쌀포대 등을 싣고 다리 옆 검문소에 길게 늘어서 있으나, 새 다리가 연결되면 양측간 교역량은 현재의 몇배로 늘어나게 된다.
신의주 특구 소식에 단둥이 들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단둥=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