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새해 예산안에서 따져볼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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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발행이 없는 균형예산으로 짜여졌다는 점은 그 의미가 적지않다.
외환위기 이전의 건전재정으로 복귀함으로써 재정운용의 정상화가 이뤄지게 됐고,특히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제고시키는데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다만 금년까지만 해도 재정융자특별회계에서 감당해오던 공적자금상환용 이자부담이 신설되는 공적자금상환기금으로 떠넘겨짐으로써 예산증가율이 형식적으로 줄어든 측면이 없지않기 때문에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표될 각종 기금운용계획까지를 포함하더라도 과연 건전재정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균형재정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국민부담 증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세수입을 올해보다 10% 늘리기로 함에 따라 조세부담률이 사상최고 수준인 22.6%로 높아지리라고 한다.
이미 정부가 공적자금상환 분담을 위해 조세감면 축소 등을 예고한바 있기는 하지만 국민,특히 봉급생활자들의 부담이 과중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년 경상성장률을 8∼9%로 잡은 것은 너무 낙관적 아니냐는 시각에서 보면 세수 목표달성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민고통은 고통대로 가중되면서 조세수입 차질로 재정운용이 애로에 봉착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세출내용을 보면 사회복지·교육·교통안전·건강 등 복지예산의 증가율이 두드러진 반면 정보화·사회간접시설(SOC)·농어촌 지원 등 국가경쟁력의 기초를 이루는 인프라투자는 평균증가율에도 못미치고 있다.
물론 재정기능이 종래의 경제개발에서 사회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그것도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문별 예산내역 가운데 금년 예산에 비해 유일하게 줄어든 것이 통일·외교분야다.
남북협력기금 출연이 올해보다 40% 가까이 깎였기 때문이다.
이미 조성된 재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최근의 정세변화에 비춰보면 다소 앞뒤가 맞지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균형재정 의지는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생활이 어려워지고,국가경쟁력 강화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최우선적으로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