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화 장군(1929∼2002)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시나리오 작가 이경식씨가 지난 6월 타계한 정 장군의 구술을 받아 정리·대필한 이 자서전은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휴먼앤북스).어린 시절과 군 입문,6·25 참전,4·19와 5·16,10·26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며 가졌던 고뇌 등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10·26 때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현장 근처에 있었던데 대해 정 장군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저녁을 함께 하며 시국 이야기를 하자고 해 궁정동의 중정 사무실에 갔을 뿐 시해사건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평소 군인의 정치개입에 반대했던 정 장군은 또 12·12사태 이후 계엄사령관이던 자신을 제거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정신자세부터가 정치적이었고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방첩부대에 근무할 때부터 (정치무대에 쫓아다니는)그 일에 너무 빠져드는 것 같아 보기에 안쓰러웠다"고 회고했다. 10·26 이틀 뒤 정 장군은 미국에 있던 맏아들 홍열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어제도 군인이었고,오늘도 내일도 군인일 따름이다." 정 장군은 당초 자서전 출간을 마다했으나 현대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아들들의 간곡한 권유에 고집을 꺾었다고 출판사측은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