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은 올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균형재정 달성 목표에 따라 증가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1998년 이후 5년간 지속돼온 적자국채 발행을 중단, 재정 건전화를 꾀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균형재정 복귀'에 집착한 나머지 사실상의 긴축예산을 짰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연구.개발(R&D) 예산 등이 예상보다 증가폭이 둔화돼 잠재성장률 저하 우려도 나오고 있다. ◆ 6년만에 균형재정 복귀 내년 예산안은 균형재정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년간 이어져온 적자 재정을 '균형'으로 되돌림으로써 향후의 또다른 비상상황에 대처할 재정 여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은 현 정부 출범시의 대국민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예산뿐 아니라 연기금 등 재정의 각 부문을 총괄한 통합재정수지 역시 9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적자에서 내년에는 3% 수준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도 내년엔 0.3%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정회계 특별융자에서 지출했던 공적자금 이자상환분을 특별기금으로 떠넘긴 상황에서의 균형재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긴축예산 논란 내년 예산은 '중립' 기조에 충실하게 편성됐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일반회계 예산 증가율이 1.9%에 그쳤지만 올 추경예산을 제외할 경우 본예산 대비 증가율은 5.5%에 이른다는 것. 넉넉한 규모라고 할 수는 없어도 필요한 부문의 예산 수요는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균형재정 복귀'라는 목표에 떠밀려 예산편성을 쥐어짠 대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초 내년 예산을 1백13조∼1백14조원 규모로 편성하려다 1백11조7천억원으로 줄인 대목도 그렇고, 최근 수년간 매년 10% 안팎으로 예산을 늘려온 것과 비교해도 증가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OC와 R&D 투자 등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해 필요한 부문에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예산처도 향후 국회 동의과정에서 SOC투자 규모가 농업문제와 함께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부문별 과부족 논란 일 듯 부문별로는 안전 및 건강 분야 예산이 21.9% 증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반면 통일외교분야와 수출 및 중소기업 지원 예산은 각각 16.8%, 8.5% 줄었고 정보화 투자는 증가율이 4.4%에 그쳤다. 성장의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분배쪽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통일외교분야 예산을 가장 큰 폭으로 줄인 것은 4천3백억원의 여유자금이 비축돼 있어 향후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란게 예산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전격적인 신의주특구 개방 등 급속한 변화의 바람을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추가 수요에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수출 및 중소기업 지원액(한시적 자금지원 포함)을 3천억원 가까이 줄인 것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