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상아탑서 시장으로'] (3) '스타 입학생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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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중구 명동의 K여고 3학년 1반 교실.
학생우편함에는 대학홍보물이 흘러 넘친다.
'대에 오면 몸값이 높아진다' '인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대학' 등 고객(학생)을 유혹하는 현란한 카피문구가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나 음악잡지를 방불케 한다.
표지도 각양각색.
학교 캠퍼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고전적인 스타일은 한 물 갔고 10대 취향의 홍보도우미들을 표지모델로 쓰는 등 고객눈길을 잡는데 안간힘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올 가을 대학홍보물 중에는 중앙대가 선뵌 고3 뉴스래터 '여기는 중앙'이 돋보인다는 평을 고객들로부터 받고 있다.
중대 재학생(연극학과 2학년) 톱 탤런트 장나라를 표지모델로 내세운게 적중했다.
K여고 정하영양(18)은 "요즘 대학홍보물들은 연예잡지만큼이나 재미있어 즐겨본다"며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이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대학 홍보잡지는 인기폭발중"이라고 전했다.
내년 대입부터 대학정원이 수험생수를 웃도는 사상 초유의 역전현상이 빚어지게 되자 대학들이 마치 전자제품 메이커들처럼 '스타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들이 홍보.광고 활동에 쓰는 돈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억원선, 대학 홍보시장은 7백억원대에 달한다.
김현호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은 "학생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홍보비용도 급증하고 있다"며 "2~3년 안에 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TV, 라디오 광고는 물론이고 지하철광고까지 활용하는 등 광고수단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중앙대가 장나라 등용으로 히트를 한 것처럼 스포츠스타나 탤런트 재학생을 내세운 '스타마케팅'이 시장(수험생)에서 주효하자 대학들은 '고3 스타 모시기'와 '스타 꿈나무 입학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학 홍보 관계자는 "한 명의 스타입학생이 학교이미지와 인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기도 한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입학전형을 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대는 의예과 1학년인 금나나양이 2002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되면서 '최고의 홍보도우미'를 확보한 셈이 됐다.
지난 7월에 '학부모님께 드리는 경북대 소식'의 표지모델로 내세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데 이어 고3수험생에게 나눠주는 입시정보지 '드림 2003'의 표지모델로 내세워 2만부 전량이 불티나게 나갔다.
광운대는 월드컵 스타 설기현(미디어영상학부 97학번)을 배출해 기대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전국 6백60개 고교에 설기현 선수 사진을 실은 리턴카드(회신용 대학홍보카드)와 부착용스티커를 배포했는데 추가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0∼15일에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입시박람회에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량 학생들이 몰린 것도 '설기현 효과' 덕분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장래의 스타를 염두에 두고 축구꿈나무를 꾸준히 입학시켰는데 설기현 선수는 제대로 적중한 케이스"라고 자랑했다.
올해말 '설기현 장학재단(가칭)'을 설립해 내년부터 축구 특기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 축구꿈나무를 선점할 계획이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대학의 스타마케팅에 대해 "기업이 자사브랜드가치를 높여 소비자를 끄는 것처럼 대학도 차별화된 홍보마케팅으로 신입생 유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