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너무도 다른 南.北 '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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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 변화는 한마디로 놀랍다.
북한은 신의주 일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중앙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자적인 입법·사법·행정권을 부여했다.
신의주 특구 장관에는 중국계 재벌인 양빈(楊斌) 어우야그룹(歐亞集團) 회장을 내정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신의주 일대를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아편전쟁에서 서구 열강에 패한 중국이 1860년 홍콩을 영국에 조차지로 내준 베이징조약을 연상시킬 만큼 혁명적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는 지난달 영종도와 송도신도시 김포매립지 등 수도권 서부지역과 부산·광양항 배후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기 위해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외국기업들에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국내법의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부처간 이견과 노동계 등의 반발에 밀려 대폭 수정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특구법은 말만 '특구(特區)'일 뿐 국내 다른 지역과 차이날 게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특구'와 남한의 '특구'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물론 적절치 않다.
고립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했던 실험의 실패로 체제위기에 직면한 북한 지도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과대평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국경이 사라진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과 외국기업들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국내 기업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한꺼번에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특구를 지정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다.
당장의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변화를 외면하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게 된다.
의식속에 내재된 하향 평등주의도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도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게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현승윤 경제부 정책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