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7월말까지 유학·연수 비용으로 해외에 부쳐진 돈이 7억7천7백10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송금액(6억9천8백만달러)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해외유학 바람 정도가 아니라 돌풍이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선 아예 유학반을 운영하고 서울 강남에서만 최근 3년간 2천8백17명이 유학이나 교육이민을 떠났다고 하거니와 실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는 물론 중국까지 몰려간다. 중국내 외국유학생 중 4분의 1이 한국학생이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외국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은 15만명에 이르고, 영어 교육을 위한 초등학생 단기연수생만 7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게다가 2000년 11월 자비유학 자격요건이 '고졸 이상'에서 '중졸 이상'으로 완화된 뒤 고등학생 유학이 급증하고 불법임에도 불구, 초ㆍ중생 유학 또한 계속 늘어난다. 때문에 어린 자녀를 아내와 함께 외국에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도 흔하다. 조기 유학생 43%가 불법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사 결과도 있다(2000년 9월). 선진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일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일찍이 해외에 갔다 온 유학파들의 공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이공계 유학생을 위한 5천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이 출범하고 정부에서 매년 3백명의 이공계 전공자를 외국에 내보내겠다고 나선 것도 해외 유학의 유용성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7개월 동안 유학과 연수 비용으로만 1조원 가까운 돈이 유출됐다는 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배워오는 것도 필요하고 조기유학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지만 뚜렷한 목표 없이 영어라도 배운다는 식의 맹목적 유학이나 입시경쟁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유학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한 의문스럽다. 그런데도 '중등교육 파행 등 공교육 붕괴와 명문대 지상주의, 영어만능주의 등을 고칠 대안이 없는 한 조기유학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