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양빈과 어우야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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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에 임명된 양빈 어우야그룹 회장(39)은 '검정색 양복에 하얀색 양말' 차림으로 유명한 시골 아저씨 같은 타입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난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신의주 사업전략 수립에 깊숙이 간여해 온 그는 자가용 비행기로 평양 순안공항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양 주재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평양의 유일한 카지노 호텔인 양각도 호텔에 묵는 날이면 지하 카지노장에서 '거액의 베팅'을 하는 통 큰 인물로 불리고 있다.
1963년 중국 난징(南京)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양빈 장관은 다섯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중국 인민해방군 입대 전까지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다.
81년 랴오닝성 해군 2포병학교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거둬 같은 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던 중 87년 네덜란드 레이덴(Leiden)대학 유학자격을 얻으면서 인생 항로가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89년 네덜란드 시민권을 획득하고 94년 화훼 생산 및 유통업체인 '어우야 화훼(花卉) 주식회사'를 창업, 큰돈을 벌었다.
북한과 가까운 랴오닝성 선양시에 기반을 둔 어우야 그룹은 △농업과학 설비 △농업기술 개발 △농산품 가공생산은 물론 부동산 여행업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재벌 기업으로 점차 성장해 갔다.
그 자금을 밑천으로 90년대초 중국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3억6천만달러를 투자, 랴오닝성 선양에 18만여평의 '네덜란드 빌리지(허란춘.和蘭村)'를 조성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양빈 장관이 북한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약 2년여 전부터로 알려져 있다.
어우야 그룹측이 평양의 김일성 묘역에 매번 꽃을 제공하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양빈 회장의 만남이 시작됐다는 것.
김 위원장이 상하이를 방문한 직후인 지난해 7월에는 평양 원예총회사와 함께 화훼를 공동 재배하는 평양 유럽.아시아 합영회사를 설립, 관계가 더욱 두터워졌다.
이 때 중국 장쩌민 주석이 그를 김 위원장에게 천거, 이후 수차례 김 위원장과 면담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이 자리에서 신의주 특구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가조작이나 탈세 의혹 등 부정적인 소문도 그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중국 고위층과의 친분을 이용해 특혜를 누렸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7월 중국 언론들은 그가 탈세 및 불법 토지이용 혐의로 자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북한으로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어우야 그룹의 주가는 탈세 혐의보도로 57%나 빠져 그는 3억달러의 평가손을 입기도 했다.
계열기업인 어우야농업홀딩스는 현재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주가 관련 주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