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34
수정2006.04.02 21:38
지난 5개월동안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려왔던 주식형펀드 가입자들이 "인내의 한계"을 느끼기 시작했다.
환매(자금인출)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것.H증권사 영업팀장은 "이날 주가가 전저점(660) 밑으로 떨어지자 환매요청 전화가 늘어났으며 이들을 설득하느라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연쇄 환매로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은 또 한차례 출렁거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펀드수익률 마이너스 20%=최근 6개월간 투신사의 주식형펀드(성장형 기준)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20%에 달한다.
지난 3월 말 1억원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면 지금 8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수익률은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하락률(23%)과 비슷한 수준이다.
펀드수익률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대부분 투신사들이 하반기 주가 전망을 밝게 보고 주식 편입비율을 80% 이상으로 높게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종합주가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한 인덱스펀드 형식의 운용방식(지수 관련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도 수익률 하락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덱스펀드가 많은 투신사들의 수익률이 특히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대표는 "미국식 운용방식인 인덱스펀드와 함께 '바이 앤 홀더(매수 후 보유)'전략을 변동성이 심한 국내시장에서 구사한 게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환매가 문제다=아직 본격 환매조짐은 없지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일단 심리적 지지선인 전저점(주가지수 660)이 무너진 데다 증시여건이 지난 8월 초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엔 미국의 회계부정에 따른 신뢰 상실 등 외적 변수가 악재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미국의 경기 둔화,전세계적인 디플레(물가 하락 속에 경기침체) 우려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적 변수의 안정을 발판으로 올 연말께 한 차례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다렸던 간접투자자들이 '더이상 못 참겠다'며 포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 일반개인의 대규모 펀드 환매가 일어날 경우 현금여유가 넉넉지 않은 투신사들로선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세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투신권도 마냥 주식 편입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투신사들은 앞으로 매도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