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폭락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온데간데 없다. 투신사들은 자금줄이 끊긴 채 주식을 잔뜩 안고 쓰러져가고 있다. 700선 부근에서 간헐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던 보험사와 은행은 리스크 관리쪽으로 투자전략을 선회했다. 은행과 보험은 700선이 깨진 지난 23일이후 3일 연속 로스컷(loss cut:손절매)에 나섰다. 주식비중 축소 등을 외치며 '팔자'에 나서고 있는 것. 일부 기관들은 "외국인이 파는 만큼 우리도 매도한다"는 세부전략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안정을 위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연기금. 시간 여유(장기자금)와 함께 자금여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국내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기금도 등을 돌리고 있다. 국민연금 교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기금은 은행 보험사에 앞서 이달 13일이후 25일까지 8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연기금은 특히 종합주가지수 700이 무너진 이후부터는 주가지수선물까지 매도하고 있다. 연기금의 지수선물 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추가로 현물주식을 매도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등 기관의 매도세를 못마땅해 하고 있지만 '현재 제도와 규정상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기업연금제도 도입, 자산운용통합법 제정및 시행 등 기관투자가의 장기주식수요기반을 늘릴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