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39
수정2006.04.02 21:41
남산공원에서 만난 김영우(건국대 1), 유민선(덕소고 2).
이들은 요즘 스네이크보드를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스네이크보드라구?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와는 달리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이다.
"국내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거예요."
눈치를 챘는지 둘은 동시에 입을 모으며 손에 든 스네이크보드를 내려놓는다.
평평한 바닥 위의 보드는 무언가로 단단히 고정시킨 듯 움직이지 않는다.
둘은 등을 세우고,두 다리는 어깨너비로 벌린 자세로 보드에 올라선다.
'한발을 딛고 밀어 추진력을 얻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구르르'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S자를 그리며 나가는데 그 빠르기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발로 밀지 않고 어떻게 앞으로 나갈수 있을까.
"발과 다리, 팔과 허리의 조화로운 움직임이 추진력을 만들어 내지요."
영우씨가 보드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스케이트보드와는 달리 발판이 두개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발판은 90도 이상 좌우로 움직인다.
"오므린 발끝을 동시에 바깥쪽으로 폈다가 다시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해요. 이때 엉덩이를 뺐다가 내밀고, 몸통은 훌라후프 돌리듯 해주면 됩니다. 스노보드와 비슷합니다."
움직이기 시작한 보드는 마치 뱀처럼 지그재그로 나간다.
그래서 스네이크(Snake)보드란다.
발판도 뱀의 머리를 닮았다.
일단 앞으로 가기 시작하면 순간 최고시속이 30km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
동작이 복잡한 것 같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는게 민선군의 주장.
"발끝을 오므렸다 펴는 동작이 잘 안되지만 1~2시간 집중해 연습하면 곧 익숙해지죠."
민선군은 사실 스네이크보드를 탄지 2개월 밖에 안되는 초보다.
그러나 웬만한 기술은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의 실력자다.
분수대를 한바퀴 돌아 나무벤치 모서리에 뛰어올라 정지하는 묘기도 단 한번에 성공시킨다.
"앞으로 가는 방법을 터득하면 바인딩으로 두발을 발판에 고정시키고 묘기를 시도합니다. 뛰어올라 몸을 돌리고, 레일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은 묘기들 말이에요. 바인딩이 없는 스케이트보드 보다 훨씬 쉬워요."
스케이트보드는 처음이 쉽고 나중이 어렵지만 스네이크보드는 그 반대라는 설명.
어린아이들이 갖고 노는 킥보드처럼 좁은 공간에서 탈 수 있는 것도 장점중 하나다.
두 발판이 움직이기 때문에 회전반경이 작다.
바닥만 매끄럽다면 아파트단지내 주차장 등 어디서나 즐길수 있다.
약간 경사진 바닥이 있다면 금상첨화.
둘의 스네이크보드 자랑은 운동효과로 이어진다.
영우씨는 특히 허리 힘을 키우는데 좋다고 강조한다.
복근은 자연히 강화된단다.
민선군은 관절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꼽는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과 발목관절을 많이 돌려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민선군은 하나 더 덛붙인다.
"움직이는 발판 위에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감각 발달에도 좋습니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이나 여성분들에게 좋을 거예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