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시에서 살아남으려면 .. 李商彬 <한양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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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냉·온탕을 왕래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식 투자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조그마한 뉴스에도 증시는 일희일비하고 있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대로 주가예측은 신의 영역에 속하지만,우리네 마음은 주가를 예측해 주는 지푸라기라도 있다면 이를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현재 가장 비관적인 주가예측은 채권의 황제로 불리는 빌 그로스(William Gross)의 '다우 5000'이다.
그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과거 배당수익률의 추이를 보면 배당수익률이 3.4%가 돼야 투자자들이 채권 대신 주식을 선택한다.
지금 배당수익률이 1.7%이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3.4%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배당금이 증가되든지 또는 주가가 하락해야 한다.
기업의 배당금이 지금의 두배로 증가할 가능성이 희박하니까 주가가 지금의 반 토막이 돼야 적정주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싼 주식을 사고 비싼 주식을 파는 방법이다.
싼 주식이라 함은 적정주가보다 시장가격이 낮은 주식을 일컫고,비싼 주식이라 함은 적정주가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주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적정주가를 계산할 수 있느냐이다.
이러한 적정주가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투자론'이라는 학문이 탄생했다.
즉 투자론의 기본명제는 적정가격의 산정이다.
적정가격의 산정을 위해 웬만한 수학자의 뺨을 칠 만한 고등수학을 구사하지만,주식 및 채권 등 본원증권의 가격결정에 투자론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론이 가격결정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분야는 선물 및 옵션 등 파생상품 분야다.
따라서 주식투자는 운칠기삼이고 파생상품투자는 운삼기칠이라는 말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다.
생업이 따로 있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풍문 또는 하루 중 주가의 움직임 등에 매달리기보다 워렌 버핏이 주장하는 '가치투자'에 치중해야 한다.
물론 가치투자의 첫 단추인 적정주가를 개인이 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가치투자는 결코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다름대로의 가치투자관을 갖지 않고는 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차는 세계가 주식시장이다.
자기만이 예외라는 오기는 주식투자에서는 금물이다.
지금 가치투자의 기치를 내걸고 가치투자문화운동을 확산시키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고,이러한 불씨가 계속 이어지도록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즈음 정부의 증시대책은 주로 중장기 수요기반 확충 방안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정부의 대책이 중장기 대책인 만큼 정책의 효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친 후에 시행해야 할 정책이지만,증시가 하락하면 등떼밀리다시피 내 놓는 바람에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연금 도입논의는 증시대책의 일환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3조원 내지 4조원 정도의 주식 매수여력이 생긴다고 기업연금의 조기도입을 서두를 수는 없다.
정부의 증시간여는 주식의 가격체계만 왜곡시킨다.
주가지수 선물투자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활성화된 지금 정부가 주가를 부양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투자자도 많이 존재한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증시가 공정한 게임의 장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연금상품 활성화,증권신상품 조기도입 및 자사주 취득 활성화는 결코 증시활성화의 일환으로 졸속 논의돼서는 안된다.
정부는 증시 주변여건,특히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는 공정공시제도의 정착,또는 분식회계의 예방에 치중해야 한다.
그리고 델타정보통신의 불공정사례에서 보듯이 지능화되어 가는 작전세력의 발본색원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보다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땀을 흘려 번 돈이 가치투자를 통해 증시에 유입되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
또 만능정부에서 벗어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정부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leesb@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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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