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일본의 공적자금 투입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부실채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재무성의 주장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동조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금융위기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방적으로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법의 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왜 투입해야 하나=1990년대초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채권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8%를 웃도는 43조2천억엔에 달한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1백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그 결과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도산이 증가하고,다시 부실채권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부처간 대립이 걸림돌=공적자금 투입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지난 25일 "은행이 (경영부진 상태에 빠진) 기업의 정리를 추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은 "지금은 금융위기 상황이 아니다"며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재무성과 금융청의 최고책임자가 대조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잠복돼 온 양 부서의 영역 다툼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엄청난 국가채무도 섣부른 공적자금 투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국가채무 잔액은 6월말 현재 6백27조3천9백억엔으로 3월말 대비 3.3% 증가,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 ◆10월께 투입방안 확정=일본 정계 주변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을 반대하고 있는 야나기사와 금융상이 내주초로 예정된 개각에서 경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공적자금 투입을 비롯한 적극적인 금융 대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12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부실채권 처리를 가속화할 것을 약속,그 가능성이 더욱 높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달께 은행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은행권 부실채권 문제 뿐 아니라 금융회사간 통폐합에 대한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