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 맹신 말라" .. 삼성 '5대 경영키워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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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탠더드 맹신 말고 자기 색깔을 가져라" "잠재적 경쟁상대도 경계하라" "상위 10%에 집중하라"
삼성이 제시하는 "내년도 5대 경영키포인트"중 일부다.
삼성은 최근 경제연구소로부터 내년도 경영환경전망과 대응전략을 보고 받고 이같은 내용을 내년도 사업계획지침에 반영토록 계열사들에 제시할 예정이다.
첫번째 포인트는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술 및 경제동향과 경쟁상대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한 단계 올리라는 것.
디지털시대를 내다보지 못하고 아날로그에 집착했던 일본업체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컴덱스 등 국제적 행사에 적극 참여,기술동향을 관찰하는 한편 일류 인재 스카우트장으로 활용토록 권고했다.
인터넷자동차중개업체들이 자동차 메이커에까지 영향을 미친 경우를 참조해 보이는 경쟁상대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 동향까지도 면밀히 관찰해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세계 일류회사와의 교류를 강화할 것도 권고했다.
정부정책 변화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체제를 구축,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도록 했다.
특히 경영성과가 좋은 때일수록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더욱 삼엄해진다고 경고했다.
두번째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참조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라는 것.
자동차 전자 등의 제조업이 한창 잘 나가고 있는 한국의 최근 상황은 일본의 80년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부동산 및 주식에 투자하면서 기존제품을 고부가화하는 데만 매달려 금융 및 IT업종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이 낸 사상최대의 상반기 실적은 환율과 저금리 등 외부요인에 따른 것으로 진정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매출성장이 수반되지 않는 수익증대는 위험신호라고 지적하면서 장기성장을 담보할 차세대 수종사업을 조속히 발굴하라고 제시했다.
특히 제품의 소프트화,기술의 융·복합 등 기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잘 분석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것을 권고했다.
셋째 포인트는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안정적 고부가시장을 집중 공략하라는 것.
삼성은 소득양극화로 상위 20%가 소비를 주도하는 '20 대 80'의 사회를 넘어서 '10 대 90'의 사회가 되고 있다고 봤다.
고급브랜드를 선호하는 고소득층은 경기변화에 상관없이 높은 소비력을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마진이 높은 고부가 제품일수록 세제 변경 등 정책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경영방식의 탄력성을 유지할 것을 네번째 포인트로 제시했다.
선진기업의 경영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따를 경우 종업원의 충성심 등 한국기업 특유의 강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마트 롯데리아 애니콜 등은 한국적 특성을 강조해 외국기업을 물리친 사례로 꼽았다.
해외시장에서는 현지의 경영여건,문화에 적합한 새로운 경영방식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포인트는 신정부출범 이후 각종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신뢰받는 기업상을 정립해 외풍을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잘 나가는 기업에 높은 관심이 쏟아지는 동시에 시기와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한편,기업경영 투명성도 제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과거의 관행도 재점검해 국제 기준에 맞는 '정도경영'을 실천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내년도 경영 위협요인으로 4가지 변수를 지적했다.
우선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원유가는 4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에 더블딥 현상(경제가 회복되려다가 다시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국내적으로는 국정이양에 따른 마찰과 2004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 등으로 정책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엔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고 개인파산이 급증하면서 경기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