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개발업체인 N사는 서울로의 회사 이전을 고려중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덩치 큰 일감을 찾기 힘든 데다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서다. 같은 지역의 3차원 게임 개발업체인 S사도 고급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줄줄이 서울로 빠져 나간 탓에 수도권 지역의 사무실을 물색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 10년이 넘은 고동욱씨(32)는 "지방에서 10년 걸려 쌓은 노하우를 서울에선 3년만 일하면 얻을 수 있고 5년 이상 경력자의 연봉도 서울이 5백만∼6백만원 높다"며 "이미 서울로 옮긴 친구들에 비해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산업 육성책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지만 지방 업체와 연구인력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부가 세금 몇푼 깎아주고 지원자금을 늘려줘봐야 시장 인력 R&D시설 등 인프라 전반이 열악한 상황에선 수도권 기업과 경쟁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 지방산업 진흥책 정비시급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등 대부분의 중앙 정부기관이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전략산업 육성보다는 각자의 입김을 키우기 위한 선심성 지원에 급급하고 있다. 일례로 지방대학 지원사업은 △산자부의 테크노파크와 지역기술혁신센터(TIC)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 △정통부의 소프트웨어연구센터 △중기청의 대학창업지원센터 등 10여개가 난립 중이다. 지자체들이 IT 생명기술(BT) 등 당장 돈되는 사업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지역산업의 난(亂)개발 우려도 높다. 정부와 지자체에 등돌린 기업들은 하나둘씩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가 산업단지 분양률을 보면 수도권 단지는 모두 꽉찬 데 반해 강원 북평(27.5%),전남 대불(28.2%), 전북 군장(30.5%) 등 지방 단지는 기업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 입지 규제 제검토 필요 경기 의왕에 있는 전기배선용품 제조업체인 가야산업은 지난해 3월 완제품 저장창고 증설을 계획했으나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생산량을 20% 가량 줄였다. 경기 용인시의 전구.램프 제조업체인 재경전광산업도 대만 업체로부터 1백만달러 규모의 공장증설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건축허가가 유보돼 계약이 물거품이 될 형편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 강행하고 있는 공장총량제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외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준 사례들이다. 김홍경 기협중앙회 부회장은 "무리한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에 앞서 산업과 인력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지역별 산업 인프라를 혁신하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공동기획 :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협중앙회 경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