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42
수정2006.04.02 21:44
양빈(楊斌) 신의주 경제특구 행정장관은 신의주 특구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허란춘(荷蘭村).그가 필생의 사업으로 조성하고 있는 "네덜란드 마을"을 보면 양 장관이 그리고 있는 신의주 건설 청사진을 읽을 수 있다.
허란춘에 들어서자 중앙에 네덜란드 풍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세련된 주택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유럽풍이다.
지나는 주민 왕씨(王·46)에게 '이곳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중국과는 전혀 다른 유럽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분양이 안돼 대부분 빈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택단지를 지나니 허란춘은 갑자기 시골 모습으로 변한다.
주택이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 거대한 유리온실 2개 동이 건설되고 있다.
선진 온실농법의 실험장이라는 게 주민의 설명이다.
온실은 골조만 지어진 상태로 중단되어 있었다.
허란춘 관리위의 비엔씨(邊·41)는 "허란춘 건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약 3천무(畝 1무=1백㎡)면적에 대규모 관광단지와 첨단산업(주로 농업)단지가 동시에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화 주거시설과 첨단 산업, 관광 오락 등이 어우러진 '선양의 또 다른 세계'로 건설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동산개발과 농업단지 작업을 이미 시작한 양빈 장관의 다음 단계는 관광단지 조성이다.
그는 허란춘에 미국 디즈니랜드를 능가하는 테마파크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이 파크에 들어설 인조 해수욕장은 길이 7백40m로 세계 최대 온실 해수욕장이다.
여기에는 또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원,수중 공원,비즈니스와 관광이 어우러진 종합 호텔단지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씨는 신의주 특구 건설에 허란춘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호화 생활단지와 첨단산업,관광 등이 어우러진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신의주에 건설될 것이란 얘기다.
허란춘은 양빈 장관이 신의주 개발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양 장관이 허란춘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인 것은 홍콩자본.그는 작년 상하이 증시 상장기업인 광화(廣華)화섬을 사들여 이를 '아오야농예(歐亞農業)'로 개명,홍콩 증시에 상장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당시 모은 6억 홍콩달러(9백40억원 정도)를 모두 허란춘에 쏟아부었다.
선양의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양 장관은 신의주 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화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홍콩증시에서의 자금조달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선양에서는 허란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 관계자는 "산업개발구 건설을 명목으로 땅을 빌린 뒤 이를 주택단지로 전용,부동산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그의 허란춘 사업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금난,중국정부의 견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화려한 허란춘의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선양=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