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열기가 고조되는 다른 한켠에서 '국감 무용론'도 나온다. '무책임한 폭로전' '원색적인 감정싸움의 현장'이란 평가들이 무용론의 근거로 제시될 때가 많다. 그러나 며칠간 국감 현장을 지켜본 기자는 "국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좀더 방식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감사를 현장에서 보면서 내린 판단이다. 왜 그런가. 금감위와 금감원만 해도 국내 금융계에서 누구도 맞서기 어려운 최고의 '금융 권력기관'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법과 규정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특히나 법과 규정은 사람이 운영하고 적용하다보니 재량이 실제 규정된 것보다 커질 때도 많다. 이런데서 규정된 권한 외에 '+α'권력이 생긴다. 업무의 속성상 온갖 정보도 집중된다. 그렇지만 이 기관을 누가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가. 평소 무얼 하고 있는지,잘못한 건 없는지,시장 뒤편에서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이들 기관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밀한 내용이 적지않다고 봐야한다. 취재기자로서 솔직히 곳곳에서 '정보 차단의 벽'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산업은행의 현대상선 지원,서울보증보험의 업무처리 등이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당국자들에게 '공개 의무'로 명문화되지 않는 바람에 무시되곤 하는 국민의 '알 권리'가 부분적으로 충족되는 계기가 국정감사다. 물론 문제점은 있다. 은행장,금융회사 대표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줄줄이 불러놓은채 여야간 설전으로 한나절 이상씩 기다리게도 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발언도 많다. 의원들 편한대로 질문만 쏟아대고 증인 답변은 아예 가로막는 것 역시 흔한 장면이다. 근거가 부실한 의혹만 제기한채 사후적인 진실 규명에는 소극적인 의원도 있다. 그러나 크게 봐서는 지엽이요,말단인 것 같다. 운용방식이나 제도개선으로 고칠 수 있는 사안이다. 피감기관에서 '피곤하고 힘들다' '짜증난다'는 말이 많이 나올수록 역설적으로 국감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모른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