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형님 아우'하는 사이라고 해요. 두 사람의 스타일이 비슷해서 쉽게 친숙해질 수 있었답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장관에 임명된 양빈 회장이 경영하는 어우야 그룹과 한국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무역 거래를 해온 금화산업 김한균 사장(35)은 27일 기자와 만나 자신이 접해본 양빈 회장의 비즈니스 스타일과 성공 스토리, 김정일 위원장의 인연 등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김 사장은 양빈 회장이 신의주 특구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데 대해 "중국 국경지대에 설치되는 경제 특구에 서구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북한으로선 중국태생이면서 네덜란드 국적인 양 회장을 최적임자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는 "양 회장은 시대조류에 맞춰 비즈니스 대상을 미리 짚어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며 "지난 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을때 김 주석의 묘소 앞에 1만2천평 규모의 초대형 유리온실을 기증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호감을 산 것도 당시 이미 북한의 개방을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이 큰 스타일 김 사장은 "중국 선양에 있는 어우야 그룹 본사에 가면 김정일 위원장이 선물한 고려청자와 보석이 수백개 박힌 주전자가 전시돼 있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은근히 과시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지에 의해 중국 부호 2위에 뽑힐 정도로 엄청난 거부로 알려졌다. 그는 화끈한 성격에 씀씀이도 큰데다 친화력도 대단해 김 위원장과 단시간에 친해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실제 양 회장은 믿음이 가는 사업 파트너한테는 독일제 고급자동차인 '메르세데스 벤츠'를 선물하는 등 '통'이 크고 기분파로 정평이 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왔을 때 카지노에서 돈을 따자 주위에 보이는 아무에게나 만원짜리 두꺼운 뭉치(1백만원 이상)를 던져 주기도 했다. ◆중국의 파워맨 양빈 회장은 재력 못지않게 선양 등지에 투터운 인맥을 구축해 놓은 것으로 김 사장은 평가했다. 양 회장은 거의 매일같이 관계요로의 고위급 인사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할 정도로 파티를 좋아하고 친화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만찬 때 불꽃놀이 행사를 벌였는데 축포가 1시간 20여분이나 계속 터지자 주위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양 회장이 중국 현지에서 승용차로 외출할 때면 늘 두어 대의 사이드카 에스코트를 받고 차에 번호판이 붙어있지 않을 정도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김한균 사장은 "경제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이 큰 양 회장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상인들과 정치인들로 항상 양 회장 자택내 1백여평 규모의 대기실이 북적거렸다"고 기억했다. ◆장쩌민 주석 여동생과의 인연으로 기반잡아 네덜란드 중소 화훼업자에 불과했던 양 회장이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장쩌민 중국 주석 여동생의 후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이 지난 94년 네덜란드 선진 농업기술을 중국에 이전할 경우 시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중국 시장을 두드렸으나 당시 화훼분야 투자에 대한 중국의 규제가 너무 심해 난관에 부닥쳤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이때 양회장은 장 주석의 여동생이 중국화훼분재협회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아내 지속적인 설득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사재를 털어 세계적으로 희귀한 꽃을 네덜란드에서 중국으로 몇차례 공수해 선물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끝에 '정책자금과 규제완화'라는 보답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후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양 회장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수입관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면제 혜택을 누리게 된다. 중국 현지업체들도 양 회장 덕분에 네덜란드로부터 보다 싼 값에 유리온실 자재와 종묘 등을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양 회장의 중국 관련업계 입지는 탄탄대로를 달리게된다. 양 회장은 지난 94년 중국 화훼업에 진출한지 불과 1년여만에 중국 전역에 14개의 지사를 세웠고 중국 온실설비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