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도 '오토파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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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내에도 오토파크가 필요하다"
요즘 내로라하는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오토파크"는 핵심 연구.개발(R&D)센터를 비롯해 IT(정보통신) 디자인 브랜드 모듈 등의 자동차 관련 싱크탱크 집단들을 한자리에 모은 일종의 집적단지를 일컫는 용어.현대자동차로 치면 울산 공장과 경기도 남양 연구소,캘리포니아의 디자인센터와 현대모비스의 모듈공장 등을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이다.
오토파크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도요타를 비롯한 해외메이커들은 이미 오토파크의 경쟁력에 주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오토파크 조성에 따른 집적효과를 얼마나 누리느냐에 따라 미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톨릭대 경영학부의 김기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미국에 연간 1백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자동차 강국"이라며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토파크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격변의 자동차 산업=오토파크의 필요성에 공감하려면 자동차에 대한 개념과 자동차산업 흐름의 변화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MIT대학의 국제자동차연구소인 IMPV(International Motor Vehicle Program)은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2015년쯤 "자연스럽게" 자동차 메이커가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만드는 자동차는 휘발유를 연소하는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가 아니라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달리는 컴퓨터"가 될 것이라는 요지였다.
이는 자동차이 개념이 "달리는 기계"에서 정보와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소측은 설명했다.
자동차 컨셉의 변화에 따라 소재와 부품이 바뀔 수 밖에 없으며 자동차산업 역시 일반기계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장업체가 자동차(기계)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시대지만 장차 기계업체가 전자업체에 자동차를 납품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이고 있다.
오토파크의 집적 효과=자동차의 전.후방산업을 나열하면 소재 부품 중고차 디자인 판매 정비 IT 리스 금융 주유 운수 튜닝 등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자동차는 한마디로 네트워크 산업이라고 한다.
부품 소재 에어컨 플라스틱 로보트 컴퓨터 등 자동차 생산을 둘러싼 네트워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김기찬 교수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같은 네트워크를 그저 단순 연결하는데 열중했을 뿐이지만 앞으로는 주요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편성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수익사업의 경쟁력 변화에 따라 조직과 기능을 유연하게 분리하거나 통합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분산할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집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미국 GM(제너럴모터스)와 델파이는 미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수백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사업부제로 통합하는데서 실질적 의미의 오토파크 조성을 모색하고 있다.
델파이의 경우 지난 88년 엔진 섀시 오디오 컴퓨터 와이어 에어컨 시트 부문 등의 협력업체들을 "Automotive Components Group"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일본 도요타는 나고야를 거점으로 마치 후지산처럼 부품업체들을 계열화하면서 5백여개의 부품공장을 도요타시(市)(1959년 고로모시에서 도요타시로 개명)에 몰아넣었다.
다임러벤츠는 모듈화 시대에 대비해 미국 앨라배마의 헌츠빌 공장에 모듈 공급업체들을 모아 최적 설계단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또 중국 상하이는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의 자동차산업 집적지로 성장한다는 방침아래 지난해 "상하이 국제자동차성"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생산.제조 부품 연구개발 교육 무역 등의 세부 구역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조일훈 기자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