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 신의주 경제특구 초대 행정장관이 밝힌 무비자 입국 D데이를 하루 앞둔 29일. 중국측 국경지역인 단둥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몰려온 기자들과 비즈니스 맨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특히 신의주로 넘어가는 다리인 '중차오유하오차오(中朝友好橋)' 인근의 숙박업소들은 빈 방을 찾는 외국인들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곳 중롄(中聯)호텔의 프런트 직원은 "오랜만에 객실이 다 찼다"며 "신의주 개방의 최고 수혜자는 숙박업소"라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신의주 방문을 위해 이날 중차오유하오차오에 설치된 검문소와 세관을 사전 답사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중국 관리들에게서 "중국 정부나 신의주 당국으로부터 무비자 입국에 대한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세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리는 '내일부터 한국인도 무비자로 신의주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권과 도강증(북한이 발부한 압록강 도강 허용증,일종의 통행증)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무비자 입국이) 누구 입에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지만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무비자 입국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단둥을 찾은 비즈니스 맨들과 기자들간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도강증을 구하지 못하면 30일 신의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무역거래차 신의주를 자주 드나든다는 이모씨(46)도 "무비자 입국은 양빈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얘기이지 양빈-장쩌민(江澤民) 사이에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며 "내일 누구도 도강증 없이는 중차오유하오차오를 건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으로부터 신의주 입국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어느 개인의 눈속임 말에 현혹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불신감을 표명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한 기자는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신의주 문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란 관측도 강하다. '양빈 장관이 며칠이면 드러날 것을 두고 거짓말을 했겠느냐'는 얘기다. 양빈 장관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조선족 사업가 박모씨(59)는 "신의주 자유왕래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양빈 장관이 신의주 건설에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가 돈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실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단둥=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