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말레이시아 언론에서 우연히 한국 관련기사를 발견하게 됐다. 부산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안게임을 취재하고 있는 유력 일간지 특파원이 쓴 글이었다. 제목이 '말레이시아는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쓰여 있어 다소 우쭐대는 심정으로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았다. 한국은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는 '거장(master)'이 됐지만,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기사를 빌리자면 우선 90% 이상의 택시기사들이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또 '행사의 혈맥'이라고 할 자원봉사자도 참가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역이름의 영문표기 문제도 등장했다. 한국정부가 영문자 표기방침을 고쳐 김포공항의 표기가 'KIMPO'에서 'GIMPO'로 바뀌었지만 외국인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상당히 큰 듯했다. 또 북한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이 참가한 데 따른 과잉 경호,행사 전날까지 전체적으로 17%에 불과한 낮은 입장권 판매율도 지적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약속 위반'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모든 참가국 선수들의 숙박비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실제론 각국당 30명분만 해결해줬다는 주장이었다. 조직위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참가국들로부터 비용을 거둬가고 있다는 비난도 보태졌다.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하고 싶어하는 말레이시아도 '일단 뭐든 들어줄 것처럼 약속해 놓고,실제로는 각종 숙박시설이나 통신시설 등의 비용을 물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라고 기사는 결론지었다. 이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 여부는 이곳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외국언론을 통해 전해지고,현지 사람들에게 여과없이 전파되리라는 생각을 하자 마냥 씁쓸하기만 했다. 콴탄(말레이시아)= 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