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가 29일 시작됐다. 새천년에 처음 열리는 아시안게임인데다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과 북의 공동입장,아프가니스탄 등 분쟁국까지 모두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라는 점에서 흥분과 열광,화합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이날 저녁 열린 개막식에서 6백명의 남북한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든 채 관중들의 환호 속에 공동입장했다. "코리아(KOREA)"가 선명하게 새겨진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44개 참가국 중 맨마지막으로 입장한 남북한 선수단은 남색 재킷에 아이보리색 바지와 치마로 복장을 통일,한민족의 단결력을 과시했다. 특히 공동기수인 황보성일(한국 남자핸드볼)과 리정희(북한 여자축구)가 흔드는 한반도기와 함께 남북한 선수들이 트랙을 돌자 6만여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관중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남북의 하나됨을 자축한데 이어 개회식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10여분 이상 노래와 응원구호를 외쳐댔다. 본부석 오른쪽 1층에 자리한 북한 응원단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백두에서 한라까지""고향의 봄" 등을 노래하며 어깨춤을 췄다. .41번째로 입장한 필리핀 선수단은 전원이 적.청.황색의 삼색 우산을 접어든 채 돌리며 들어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만 선수들도 오색찬란한 가오리 연을 들고 나와 시선을 끌었다. 각국의 다양한 전통의상도 선보였다. 말레이시아는 하얀 바탕에 왼쪽 어깨 부근에만 빨간색과 파란색의 작은 점이 수놓인 의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입장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닿는 흰색 천으로 온 몸을 감쌌고 오만은 머리에 터번을 쓰고 나왔다. 회교율법이 가장 엄한 이란의 여자 선수들은 차도르를 착용했으며 태국 선수들은 엷은 분홍색 전통의상을 입었다.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 어려운 국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의 선수들의 입장도 뜻깊었다. 네팔에 이어 두번째로 입장한 신생국 동티모르 선수들은 "아시아의 축제"에 동참한 것에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스포츠를 엄금한 탈레반의 압제에서 벗어나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한 아프가니스탄 선수단 역시 감개무량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스라엘의 침공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 선수단은 숙연한 표정으로 굳게쥔 주먹을 위로 치켜들어 마치 시위대를 방불케 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단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대형 얼굴 사진을 들고 나왔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가 남북에서 채화된 성화를 들고 김병지 등 태극전사들과 함께 경기장을 들어서자 경기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홍명보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은 남한의 유도대표선수 출신 하형주와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가 중앙무대로 향하자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남과북을 대표하는 "남남북녀(南男北女)"는 빨간 성화대에 불길을 당기며 아시안게임의 성공과 한민족의 번영을 기원했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