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정보기술(IT)불황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투자가 국립과학재단이 조사를 시작한 196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이는 미 경제의 성장엔진인 기술혁신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R&D까지 삭감하는 실리콘밸리=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시스템스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30대 IT 기업은 올 상반기 중 R&D에 전년동기비 5% 줄어든 1백19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도 R&D 투자를 전년보다 2.4% 늘렸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댄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지난 91년의 불황 때보다는 덜 심각한 상황이나,R&D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이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도 "실리콘밸리의 현 상황을 경기순환론상의 둔화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며 "90년대 후반의 실리콘밸리 시대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매출 급감과 벤처캐피털 위축이 원인=메릴린치증권은 "IT기업들이 R&D투자까지 줄이고 나선 것은 올해 사상 최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통신장비에서 소프트웨어 반도체 서버 및 닷컴에 이르기까지 전영역에 걸쳐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샌포트번스타인증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 IT기업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 줄었다. 베인앤드컴퍼니의 빈센트 톱킨 컨설턴트는 "고객들이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그 끝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털 투자가 격감하는 것도 R&D 투자감소의 또다른 원인이다. 상반기 중 벤처캐피털이 실리콘밸리에 투자한 자금은 39억달러로 전년동기비 50% 감소했다. ◆기술혁신에 타격 우려=미 특허청에 따르면 올 특허 신청건수는 전년대비 1.3%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미 특허신청은 96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윌슨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R&D투자는 혁신에 매우 중요하며,생산성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갈수록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