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휴대폰을...] 우리는 신세대 개성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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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강국이다.
컬러폰, 카메라폰, 40화음 벨소리 휴대폰 등 다양한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제품이 즐비하다.
그러나 신세대들에겐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휴대폰 케이스나 줄 같은 액세서리를 달아도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
아예 휴대폰의 모양과 성능을 바꿔 지구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휴대폰'을 가지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이른바 '모바일 튜닝족'으로 불리는 이들이 맨 처음 시작하는 것은 휴대폰에 독특한 색깔을 입히는 것.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 근무하는 박용혁씨(28)는 이제 막 휴대폰 개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휴대폰 외관에 테이프를 붙이고 모양을 만든 다음 스프레이를 뿌려 색깔을 입혔습니다. 얼룩무늬 전투복 모양으로 개조한 후 직장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의 관심사는 저의 휴대폰이 됐습니다."
휴대폰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선민씨(20.여)는 튜닝족들 사이에서도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키패드에 화려한 조명을 부착하고 액정화면에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비닐필름을 입혀 무지개 색깔을 내게 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빛을 내는 큐빅을 외부 폴더에 부착했다.
어두운 곳에서 전화를 받을 때면 안테나에서부터 액정화면 키패드까지 구석 구석에서 화려한 빛을 발한다.
가끔 순간접착제로 핸드폰에 날개 모양의 장식물까지 달아놓으면 주변의 시선을 금방 받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임주형씨(19)는 이미 휴대폰을 몇 차례 망가뜨려본 경험이 있다.
휴대폰의 골격을 바꾸는 험난한 일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아직 국내 업체들이 선보이지 않은 '어퍼 안테나'(안테나를 외부 폴더에 부착하는 것)를 만드는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찰흙처럼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에폭시 경화제로 폴더 케이스를 새로 만들었는데 안테나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각도가 맞지 않아 몇 번 실패를 경험한 후 자기만의 휴대폰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산고'를 거쳐 탄생한 휴대폰은 이제 그를 표현하는 분신이 됐다.
나중에는 외부 액정화면에 있는 부분에 대각선 방향으로 안테나를 달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힐 만큼 그는 도전적이다.
튜닝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모임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만의 핸드폰 만들기(cafe.daum.net/onlyonephone) 카페의 회원수는 무려 6만9천명에 달한다.
이 카페에는 휴대폰 개조 기초 정보에서부터 휴대폰 제조업체별 튜닝 방법, 아이디어 공유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 오프라인 모임에서 '고수'들이 직접 휴대폰을 개조해 주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만화영화 주인공인 마징가제트를 본떠 만든 케이스를 입히거나 휴대폰에 바퀴를 다는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플립형 휴대폰을 변기 모양으로 개조하거나 교통카드의 칩을 떼내 휴대폰에 부착하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이 카페의 회원인 대구 계명대 학생인 배상화씨(20)는 "휴대폰과 며칠씩 씨름을 하고 난 뒤 작품이 완성되면 스스로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과 자기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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