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53
수정2006.04.02 21:55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에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 위대한 상징이었다.
2000년 6월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 역시 동베를린 방문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최근 탈북자 사태를 보면서도 남북의 '체제 경쟁'에서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승리와 위대한 힘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반격과 도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1997년말의 경제위기는 시장경제 시스템을 세계화의 큰 물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세계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완화,민영화,개방화 등을 통해 정부의 간섭을 가능한 한 줄이고 경제활동을 자율에 맡기는 시장경제시스템의 정착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97년의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개혁은 추진과정에서 친시장적이기보다는 정부개입을 강화하는 형태로 왜곡되었다.
노사관계,공정거래정책,사회복지정책,의료 및 교육정책 등에서의 반시장적 정책의 시행과 법치의 실종은 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발목잡는 장애요인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정착과 발전을 이루어 갈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도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가 했던 것과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
대처의 개혁은 개혁의 지적 설계자였던 키스 조셉(Keith Joseph)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대처에게 왜 자유시장경제여야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심어주었으며,이를 바탕으로 대처는 집권후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실천할 수 있었다.
또 이들 뒤에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와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있었다.
이들은 정부실패가 시장실패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차례로 입증했고,최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자율이 정부의 개입보다 우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바로 이런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 지각한 데 연유한 것이다.
정보화,지식화 사회에서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데 정부는 과거의 제도와 규제의 틀을 고집하고,담합적 성격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며,행정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려 했다.
경제위기 이후에도 정부는 시장개입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민간부문과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무한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된 시장에서 그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기업을 돕기보다는 기회주의적 범죄집단으로 추정하여 각종 개입을 무리하게 행하는 상태에서 경제발전은 '연목구어'와 같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평등주의와 반기업 정서 확산엔 정부와 시민단체에 의한 기업·기업인에 대한 오해와 필요 이상의 매도가 일조를 해온 측면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투철한 지도자와 그 철학을 실천해 갈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평등 즉 불평등(平等 卽 不平等)'이요 '불평등 즉 평등(不平等 卽 平等)'이라는 글귀가 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평등을 지향했지만 결국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었으며,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인정하고 각자 스스로를 위해서 노력한 결과 잘 사는 사회를 이루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더욱 잘하게 하고 못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빨리 그 일을 그만두고 잘할 수 있는 부문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시스템은 바로 '불평등 즉 평등'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만 나올 수 있다.
결과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사회,소득격차를 인정하는 사회,자기가 노력한 만큼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사회,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창의와 경쟁력이 솟아나는 활기찬 사회가 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 동방의 등불이 되어 세계를 환하게 비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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