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금메달 획득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부산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에서 한국의 원형(서클)경기 남자부 금메달을 이끈 유재수 감독(53·만경고 교사)은 메달이 확정된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의 전유물이었던 세팍타크로에서 종주국 태국을 누른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 1988년 협회가 창설되고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배구와 비슷한 방식인 레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남자부에 선수도 출전시켰지만 98년 방콕 아시안게임까지 메달권 진입은 커녕 본선 진출조차 어려웠다. 여자부는 사정이 더욱 열악해 지난 97년에야 대표를 뽑기 시작,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민 게 불과 5년밖에 안됐지만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대표적인 비인기종목인 세팍타크로는 정부의 지원 또한 적을 수밖에 없었다. 남녀 각 12명으로 이뤄진 대표팀은 6명만이 정식 대표선수로 인정돼 훈련비를 쪼개 쓸 수밖에 없었다. 전용 훈련장도 없어 전국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루 8∼9시간씩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훈련했다. 남자부 서클팀은 마침내 지난 5월 프레대회 형식으로 치러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태국을 꺾고 우승하며 이번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유 감독은 "2년간 노력이 결실을 봤다"면서 "오늘 승리를 바탕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