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남파간첩 '깐수' 사건으로 잘 알려진 정수일(68.전 단국대 교수)씨가 6년만에 대학 강단에 다시 섰다. 정씨는 한남대학교 박물관의 초청으로 1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이 대학 공과대학 세미나실에서 교수와 학생 150여명에게 `이슬람문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정씨는 "`이슬람'은 `평화'와 `순종'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교는 알라에 대한 순종을 통해 마음과 몸의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평화의 종교"라며 "따라서 이슬람문명은 극단과 폭력을 지양하고 평화와 관용, 공생을 지향한다"고 역설했다. 정씨가 대학 강단에 서기는 2000년 8.15 특사로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이번이 처음으로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6년 구속기소되면서 강단에서 내려온 지 6년만이다. 그래서인지 정씨는 북한 사투리 특유의 억양이 섞인 말투로 진행한 강연 도중입고 있던 양복 저고리를 벗기까지 하는 등 다소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며 강연을 듣는 교수와 학생들도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강연내용에 몰두했다. 사회복귀 이후 그는 지난해 9월 모로코왕국의 법률가이자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쓴 기록을 번역한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시작으로 `고대문명교류사', `씰크로드학',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 `이슬람문명'등을 잇따라 펴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펴왔다. 정씨는 "다시 이런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니 6년 전으로돌아간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힘이 허락하는 한 학생들에게 내 지식을 전달하는 일과 집필 및 학회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인 정씨는 1974년부터 5년간 북한에서 간첩교육을받은 뒤 1984년 레바논계 필리핀인 교수 `무하마드 깐수'로 위장, 국내에 들어와 12년 동안 간첩으로 활동하며 4차례에 걸쳐 밀입북한 혐의로 1996년 구속기소돼 이듬해 12월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