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이용료 23배 인상싸고 갈등.. 노량진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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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수산물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소매상인들의 농성으로 1주일째 파행 운영되고 있다.
시장 관리자인 노량진수산(주)이 점포 사용료(시설관리보증금)를 현재 1백만원에서 최고 5천만원으로 올리기로 하자 8백50여 소매상들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철시'로 맞서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가게들 대부분이 간판 조명을 끄고 수족관에는 청색 커버를 덮어두고 있었다.
문을 연 일부 가게에서도 손님은 받지 않았다.
시장 옆 빈터에선 머리띠를 두른 8백여명의 상인들이 항의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솟구친 이용료=노량진수산은 지난 9월 0.9∼1.2평짜리 좌판의 사용료를 평균 2천3백만원,자리에 따라 1천9백만∼5천만원으로 올리기로 하고 상인 대표와 약정서를 체결했다.
지난 2월 1천5백억원에 노량진 시장을 인수한 수협중앙회의 경영개선 조치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어용 집행부'와의 협의는 무효라며 기존 대표를 탄핵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맞서고 있다.
◆반발하는 상인들=소매상들은 시설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뛴 데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임대차 계약 대상도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황인석 부위원장은 "약정서에는 수협이 노량진 시장을 매각할 경우 점포 사용료를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누가 순순히 돈을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런데도 사용료를 무리하게 올린 것은 수협의 인수 비용을 영세 상인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량진수산 이연우 기획팀 과장은 "점포 사용료는 외부 컨설팅 결과 노량진 일대 상가 임대료가 월평균 36만6천원이란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며 "임대차 계약도 관련법상 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골탕먹는 시민들=철시 사실을 모른 채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꽃게를 사러 이 곳을 찾은 주부 최정미씨(44·동작구 상도동)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장 보러 나오면 10시가 넘는 게 보통인데 잠실 가락시장까지 가란 말이냐"며 황당해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노량진 시장에는 하루 3백50∼4백톤의 수산물이 들어오는데 80∼90%를 차지하는 도매물량은 오전 10시까지 정상 소화된다"며 "시장 마비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