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대풍!


가을 소래포구에 꽃게 풍년이 들었다.


시장터엔 꽃게가 산더미로 쌓여 있다.


상인들의 호객소리에 절로 흥이 난다.


아빠를 따라온 꼬마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소래포구는 초만원이다.


포구로 들어서는 어귀부터 길은 자동차로 꽉 막혀 있다.


개천절 휴일을 맞아 꽃게를 사러 몰려온 서울 손님들 차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문득 패스트푸드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주부 오주은씨(40)는 "포구로 들어오는 데만 30분이 걸렸다"면서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소래포구에 왔는데 입소문을 듣고 꽃게 사러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리아카~."


꽃게를 가득 실은 리어카 아저씨는 북적대는 시장통을 지나기 위해 연신 소리를 지른다.


좁은 시장 골목은 서울 손님들과 상인들의 흥정 소리로 요란하다.


상인의 손에 들린 꽃게는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친다.


부모와 함께 포구에 온 서울 꼬마들은 놀란 눈으로 꽃게를 바라보다가 상인이 꽃게를 들이밀자 화들짝 놀라 뒷걸음친다.


회사원 김민서씨(35)도 여섯살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포구에 왔다.


아빠 손을 잡은 은지는 꽃게를 실은 어선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서울서만 살아 고깃배를 본 적이 없단다.


김씨는 "가족들에게 실컷 꽃게를 먹이고 싶어 왔다"며 "꽃게도 사고 딸애에게 포구 구경도 시켜줘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상인들의 인심도 후하다.


아이 셋을 데려온 이기성(42.회사원)씨 가족의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아주머니는 게 두마리를 말없이 더 넣어준다.


아이들의 성화에 튀김집에서 잠시 쉬기로 한 이씨는 "롯데월드 갔을 때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며 "오랜만에 제대로 아빠 노릇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소문대로 소래포구 꽃게 값은 싸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만2천원이면 1kg(3,4마리)의 꽃게를 살 수 있다.


올 봄만 해도 1kg에 3만~4만원은 줘야 했다.


소래포구 경매 담당자는 "9월 초 kg에 5천원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값이 오르긴 했지만 살이 붙고 알이 꽉 들어차 품질은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소래포구 경매가는 1kg에 1만1천~1만2천원선.


수수료가 붙어 시장에 나오면 1만2천~1만4천원에 거래된다.


상품인 1만4천원짜리는 씨알이 굵어 찜용으로도 그만이다.


꽃게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소래포구 주변 상가에도 손님이 넘친다.


회와 꽃게탕을 파는 음식점들은 몰려드는 가족 단위 손님맞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야외에서 조개와 대하를 구워주는 가게들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긴 마찬가지.


3만원이면 네 식구가 조개를 실컷 구워먹을 수 있다.


음식점에서 만난 유근천씨(52.자영업)는 "소래포구는 해산물 쇼핑과 나들이를 겸할 수 있어 좋다"며 "시끌벅적한 포구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면 늘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꽃게탕을 먹고 있던 유씨는 "남들 쉬는 날 취재하느라 고생한다"며 기자에게 한사코 소주잔을 건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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