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엔 스타가 드물다. 수억원대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됐다는 과학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억대 연봉자 조차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최고의 상인 노벨 과학상을 탄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다. 한국에도 스타급 과학자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노벨 과학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만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과학자로 스타가 되기란 한마디로 '하늘의 별따기'다. 국가 차원에서 스타 과학자를 배출하고 키우는 장(場)과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 과학자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는 소홀히 해온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민철구 연구위원은 "스타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과학자를 스타로 키우고 지원하는 '스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타 발굴.홍보시스템을 만들어야 =스타가 배출되려면 우선 우수한 논문과 연구성과를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뛰어난 논문을 쓴 과학자를 알려야 한다. 훌륭한 논문이나 연구성과를 내놔도 과학기술계에서조차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게 현실이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과학문화연구센터장)는 "기존 대학이나 연구소의 홍보조직으로는 한계가 있고 연구활동에 바쁜 과학자들에게 스스로 홍보하도록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국가적인 홍보조직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발표되는 우수한 논문을 과학계 뿐 아니라 언론이나 각계 각층의 지도층에까지 알려주고 이해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홍보도 중요하다. 우수 논문을 영문으로 만들어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나 관련 학회, 국제적인 단체 등에 배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외 한국인 석학 발굴해야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한국인 과학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민족 과학자들을 네트워크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3년에 한번씩 '세계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를 열어 수백명에 이르는 과학자들을 국내에 초청하고 있다. 그러나 '명단'이나 만들고 교류의 장만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해외 한국과학자 모임을 적극 지원, 이들의 연구성과를 국내에 소개하고 전세계에 알리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 과학자 조장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자를 국가 차원에서 중점 지원하고 그 업적이 세계에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배타적 폐쇄적 풍토 개선돼야 =스타 과학자 탄생을 가로막는 요인의 하나로 과학기술계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풍토를 꼽을 수 있다. 남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유명세를 타거나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는 과학자들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학자들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거나 대중적인 활동을 할 경우 '그럴 시간이 있으면 연구에나 더 힘써라'는 질타를 받게 된다"며 "과학자는 연구실안에 머물러야 한다는게 일반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임경순 교수는 "스타과학자들이 많이 나오려면 과학기술계에 서로 밀어주고 격려하는 분위기부터 조성돼야 한다"며 "영화계의 시상식처럼 과학자들도 자주 모여 서로를 칭찬해 주는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훈.포상제도를 바꾸자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훈.포상제도로는 과학기술 훈.포장과 한국과학상 등 10여가지가 있다. 그러나 권위와 인지도가 크게 떨어져 과학기술자들의 위상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STEPI가 최근 4백여명의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과학기술 시상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훈.포상제도가 단순히 시상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적인 이벤트로 발전돼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상금 규모를 늘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과학기술진흥을 위해 1인당 상금 5백만위안(약 8억원)인 국가과학기술상을 매년 시상한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의 3억원이 최대 상금규모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