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업계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과 특허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통합과 제휴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이 경쟁사들로 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전자산업의 기초 원자재인 D램, 첨단영상장치인 TFT-LCD,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기기로 부상한 휴대폰 등 IT산업의 3대 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휴대폰 세계 2위인 모토로라와 4위 독일 지멘스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모토로라가 넘겨받고 대신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지멘스에 넘겨 각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은 15.7%에서 24.1%로 상승할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최근 적자에 시달려온데다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맹추격을 받으면서 '빅딜'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중 지멘스를 제치고 업계 3위(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한데 이어 200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4%로 끌어올려 모토로라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양사간의 '빅딜'로 삼성전자의 의도는 일단 벽에 부딪히게 됐다. ◆ D램 NEC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의 3대 반도체 기업이 통합한다. 도시바가 올해 D램 사업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일본업체는 1개사만 남을 전망이다. 일본업체 동맹은 대만의 파워칩및 프로모스와 제휴를 추진중이며 인텔에도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일.대만의 3자 연합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업체와 차세대 제품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대만업체, 삼성전자 이외의 D램 업체가 필요한 인텔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D램 시장 점유율 30%에 진입,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견제세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TFT-LCD 1위 삼성전자에 대한 2위 LG필립스LCD의 추격, 대만업체들의 버티기가 겹쳐 시장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LG필립스측은 최근 TFT-LCD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VA(수직배향) 광시야각 기술에 대한 '서브 라이선스'를 획득,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향후 특허료 지불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 샤프도 지난 8월초 도쿄지방법원에 대만의 중화영관(CPT)과 에이서를 상대로 특허권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히타치.도시바.마쓰시타 등도 한국과 대만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15인치 모듈가격이 2백달러선에 근접하는 등 TFT-LCD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체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삼성 따라잡기를 선언한 LG측과 5세대 라인을 본격 가동하면서 후발업체 따돌리기에 나선 삼성전자의 각축전도 한몫하고 있다. ◆ CRT 세계 4위업체인 마쓰시타와 6위 도시바가 브라운관 사업을 통합키로 해 브라운관 업계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두 회사의 통합법인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확보, LG필립스디스플레이(27%)와 삼성SDI(25%)가 양분하고 있는 브라운관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3위(11%)인 대만의 중화영관을 위협하게 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