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04
수정2006.04.02 22:07
항우와 유방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영웅이다.
기개와 힘을 갖춘 대장부의 전형인 항우와 목적한 바 대업을 위해서라면 비굴함도 마다하지 않았던 철저한 현실주의자 유방.
당초 항우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했던 유방은 '사면초가'로 유명한 해하전투에서 초군을 대파하고 마침내 천하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항우와 유방'(시바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달궁, 전3권 각권 9천원)은 '항우의 패배'와 '유방의 천하통일'이라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두 영웅의 대립을 통해 오늘날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유서 깊은 명문가 출신의 항우는 어려서부터 영웅의 자질을 보였다.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니라 민첩하고 직관력도 뛰어났다.
게다가 초민족이라는 막강한 세력기반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천하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였지만 유방이라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도전에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항우에 비하면 서민 출신의 유방은 내세울게 없는 인물이었다.
농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농사일이 재미없어 패라는 도시로 나와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건달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내세울 게 있다면 수려한 용모뿐이었다.
후세 사람들이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한 것도 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서재에 한 트럭분의 자료를 쌓아 놓고 집필할 정도로 철저한 작가로 유명하다.
'항우와 유방'을 집필하기 위해 사마천의 '사기'와 '한서'를 비롯한 수십권의 책을 읽은 것도 모자라 직접 중국의 각 지방을 돌아다녔다.
중국 초기 주.은 시대의 실상과 풍습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도 작가의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