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항만 폐쇄로 대미 교역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업체들의 컨테이너 선박은 현지 외항에 발이 묶였고 이로 인해 선적·하역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선박들은 캐나다 밴쿠버나 멕시코, 미국 동부지역 항만으로 우회하고 있지만 물류비 부담 증가로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특히 10월부터는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제품들이 본격 유통되는 시기여서 항만 폐쇄가 장기화되면 관련 업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 자동차 및 부품업계 =현대자동차는 미국 LA와 포틀랜드 2곳으로, 기아자동차는 베니시아 항구로 각각 수출 차량이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1천여대를 실은 2척의 배가 포틀랜드 항구에 접안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1천여대를 실은 1척의 배는 하역 작업을 하다 중단된 상태다. 액수로 따지면 2천만달러 가량에 달한다. 기아차도 최근 5백30여대(5천만달러 정도)를 싣고 미국으로 출발한 배가 현지에서 하역을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내에서 2개월치 정도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 놓고 있어 당장 큰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8일 이후 매일 1천∼2천여대의 수출 차량이 나갈 예정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현지법인은 딜러들에게 인도지연 상황을 설명하는 등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두 회사는 선사들과 협의해 외항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을 미국 동부나 밴쿠버, 멕시코 등으로 이동해 하역 작업을 벌인 뒤 육상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경우 1∼2주일 정도 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물류 비용도 추가로 들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내 현대.기아차의 애프터서비스용 부품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말 롱비치로 떠난 컨테이너 60대(3백만달러) 분량이 하역을 못하고 있다. 이달에는 1천3백만달러어치의 부품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1주일 후에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긴급 항공편을 이용해 대리점으로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도는 2백만달러어치의 부품이 묶여 있다. 만도는 재고물량이 3주일치 밖에 없어 12일까지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여의치 않으면 미국 동부나 캐나다로 이동해 하역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김산 팀장은 "두 업체 외에도 한라공조 광진상공 등 10여개 업체가 OEM 방식으로 미국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사태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 이들 업체가 입는 총 피해액이 2천만∼3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자업계 =북미시장 의존도가 높은 전자.IT업계도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과 DVD플레이어 오디오 등 AV제품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도착한 화물은 일부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그마나 다행이지만 이제 선적되는 제품은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밴쿠버 등 인근 항구로 수출물량을 돌리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이들도 동조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상운송 물량 대부분이 중저가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주방기기 등으로 마진이 적은 반면 부피가 큰 제품이어서 제때에 하역이 되지 않을 경우 수익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DVD플레이어와 AV기기 등 소형제품은 항공수송을 추진한다는 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과중한 물류비 부담으로 이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도 "현재로선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타 =한국타이어는 9월 중순 이후 한국발 선적분부터 하역이 중단됐다. 현재 2백FEU(8백만달러 규모)가 외항에 대기 중이거나 항해 중이다. 일단 급한 화물은 동부해안으로 우회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1백70TEU(4백30만달러 규모)의 수출 물량이 파업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주요 제품이 산업용 완제품, 반제품, 원자재이기 때문에 바이어가 적기 운송을 위해 항공 선적을 요구하고 있어 운임문제로 심각히 고민 중이다. [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