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이 4일 출국금지령에 이어 중국 공안에 전격 연행됨에 따라 그가 소유한 어우야(歐亞)그룹의 그간 행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 장관이 사법처리 대상이 된 것은 어우야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불법 부동산개발과 세금탈루 주가조작 등 각종 탈법 혐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탈세 의혹 =중국 세무당국은 지난 7월부터 양 장관과 그가 법인대표로 있는 어우야실업공사 등 계열사를 상대로 탈세 여부를 은밀히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에 이어 전격 연행조치가 취해진 데는 중국 당국이 세금 탈루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것. 랴오닝성 선양시 세무당국도 최근 어우야그룹 계열사들이 그동안 체납한 세금을 납부토록 독촉장을 보내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 허란춘의 자금난과 불법 부동산개발 =총 1백20만평 규모의 대형 화훼단지인 선양시 허란춘에는 지난 99년부터 지난 3월까지 18억위안(약 2천2백50억원) 규모의 건설비용이 투입됐다. 그러나 단지 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분양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란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준 은행들과 건설에 참여한 시공사들은 대출금 및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게다가 화훼단지 개발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양 장관이 농업용지를 부동산투자 대상으로 속여 부당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다. ◆ 어우야농업 주가조작설 =지난해 7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어우야농업은 지난해 말까지 불과 5개월여 만에 주가가 31% 폭등, 투자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4월엔 작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65%, 순이익은 1백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배당금 지급을 위해 홍콩에서 1억1천8백만홍콩달러 규모의 브리지론(단기대출)을 받으면서 자금악화설과 회계조작설이 흘러나왔다. 지난달엔 지난 상반기 영업실적 발표를 전후해 주가가 치솟았다 곤두박질해 내부정보 유출을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양 장관은 지난해 말 이후 어우야농업 지분(72%)을 결코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8월 홍콩·마카오 사업가에게 18%(약 3억주), 지난달 27일엔 일반 투자자에게 2.4%(약 4천만주)를 팔아넘긴 것. ◆ 어우야그룹 어떻게 될까 =중국 당국의 조사 수위에 따라 어우야그룹의 명운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미한 수준에서 조사를 끝내더라도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을 맡긴 북한 당국의 재신임 여부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빈의 중국 및 홍콩에서의 사업과 행적이 매우 불투명해 중국 당국의 조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