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천9백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한광옥 당시 청와대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4일 증언했다. 엄 전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산은 총재취임 인사차 이근영 금감위원원장을 방문했을때 '현대상선 대출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이 금감원장이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서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상부가 누구냐"고 질의하자 "당시 청와대 한 실장으로 부터 전화지시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현대상선이 빌린 돈을 누가 사용했느냐'는 민주당 천정배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정부가 사용했다는 말을 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한광옥 전 실장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그같은 발언에 대해 모든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금감위원장은 이에 대해 "상부의 지시를 얘기한 적은 없다"며 부인했다. 한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출에 간여하지도 않았으며 문제의 돈은 북한으로 가지 않았다"며 "(미국방문) 일정을 마친 뒤 10일께 귀국해 증언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차병석.김병일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