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류하는 양쯔강 ] 中國 난징의 명물 창장대교(長江大橋). 이른 새벽 이 다리 밑 양쯔강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대한 선단의 행렬이 장관을 연출한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선이 있는가 하면 모래나 석탄 등을 나르는 소형 바지선도 눈에 띈다. 그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양쯔강 상류 공업도시인 충칭을 가면 그 해답을 얻게 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도착한 충칭 부두에는 2백여명이 족히 넘는 인부들이 무엇인가를 화물선에 싣고 있었다. 양가죽이었다. 그들은 가죽제품 원재료를 하류인 상하이로 보내기 위해 선적하고 있었다. 이같은 광경은 우시 우한 이창 등 양쯔강 주변 도시 어디를 가도 볼수 있다. 서부개발의 중심지인 청두에서 동쪽 끝 상하이로 이어지는 '황금수로(黃金水路)'의 장관은 양쯔강 경제벨트의 힘을 느끼게 한다. ◆ 중국 유통의 대동맥 양쯔강 양쯔강벨트는 중국 개혁.개방의 집대성이다. 중국은 80년대 초 선전을 개발했다. 90년대 초에는 푸둥개발의 첫 삽을 떴다. 10년이 지난 2000년대 초 중국은 또 다른 건설사업을 선택했다. 바로 서부대개발이다. 동부연안에서 거둔 개혁개방의 결실을 내륙으로 확대하고, 서부의 풍부한 자원을 동부로 옮기는 거대한 사업이다. 그 중심에 양쯔강이 있다. 상하이의 용틀임을 양쯔강에 실어 역류시키고 이를 다시 전 대륙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양쯔강을 '용'으로 비유한다. 상하이는 '용머리', 푸둥은 '여의주', 충칭 청두 등은 '용꼬리'에 해당한다. '용머리(상하이)를 두드려 용꼬리(서부내륙)를 흔들게 하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계시가 실천으로 옮겨지는게 바로 서부개발이다. 이 야심찬 계획을 업고 양쯔강 연안에 경제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상하이를 기점으로 장쑤성의 쑤저우 쿤산 우시 난징 허페이 등을 거처 우한 충칭 청두 등에 이르는 거대한 경제라인이 조성되고 있다. 자동차 가전 등 전통제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단지가 양쯔강 유역에 건설되고 있다.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고층건물이 들어설 만큼 홍콩 대만 등의 부동산 투자자금이 이 지역으로 밀려들고 있다. 물류 유통의 대동맥인 양쯔강을 중심으로 토착 지역회사들과 중국 대기업, 그리고 다국적 회사 등이 치열한 시장선점 전쟁을 벌이고 있다. ◆ 용의 머리 상하이에서 꼬리인 청두까지 상하이를 중심으로 쑤저우 항저우 우시 난징 닝보 등을 잇는 '창장(長江)삼각주'는 중국 경제의 최고 성장 엔진이다. 반도체에서 컴퓨터 회로기판, 통신부품 등 세계 각 국의 첨단 IT부품 업체들이 앞다퉈 몰려들면서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쯔강 중류에 자리잡은 우한은 중국대륙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중심지이다. 중국 도시명 앞에 '대'(大)자를 붙여 부르는 곳이 상하이와 우한 밖에 없을 만큼 한때 번성했지만 80년대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성장의 축이 동부로 옮겨 가면서 정체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서부대개발의 바람을 타고 우한의 잠재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전역으로 사통팔달 뚫려 있는 내륙교통 요충지로서의 이점이 부각되면서 내수를 노리는 기업들의 '병참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양쯔강 황금수로의 종착지인 충칭은 서부대개발의 숨가쁜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산성(山城)'이라 불리는 지리적 요새로 일찌감치 발달된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자동차 오토바이 화학공업 등 중공업이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샤댐 완공에 대비, 1만t급 화물선 뱃길을 위해 항만확충공사도 한창이다. 양쯔강 지류인 민장이 흐르는 청두는 중국 서부의 소비 및 유통 금융 중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로 돈과 사람이 몰리자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유통업체와 백화점이 몰려들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성업중이다. 일본 도쿄은행, 싱가포르계 화롄은행 등 외국계 4개를 비롯해 18개 은행이 성업중이다. 보험사는 4개, 증권사는 22개나 된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용틀임은 충칭과 청두를 중심으로 중국 서부를 급격히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 = 팀장 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오광진(국제부), 정태웅(산업부 대기업팀), 송태형(" 과학바이오팀), 김형호(" IT팀), 김미리(" 대기업팀), 허문찬(영상정보부) 기자 i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