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휴대폰과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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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휴대폰 단말기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던 독일 지멘스가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와 사업 맞교환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휴대폰 수출은 지난 9월 말 현재 67억4천만달러를 기록(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올해 사상 첫 1백억달러 수출 돌파가 예상된다.
세계시장 판도로 봐도 삼성전자가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3강체제를 굳히고 있고,LG전자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는 일본 엘피다가 미쓰비시의 D램사업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만의 파워칩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D램 연합동맹을 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엘피다는 지난 1999년 일본의 양대 D램업체인 NEC와 히타치가 합친 것이었으니 이제 일본 D램업계는 1사체제로 가게 됐다.
이와는 달리 삼성전자의 시장지위는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안팎의 모습이 이렇게 대조적이어서 그런지 분석들이 흥미롭다.
우선 지멘스와 모토로라의 통합과 관련해선 단연 모토로라의 의도가 주목대상이다.
모토로라가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하면 취약한 유럽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는 한편,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이미 지멘스를 따돌리고 3위로 부상한 것까지 생각하면 그럴듯한 견제설이 가능해진다.
D램 연합동맹에 대해서도 패자연합 또는 생존차원의 마지막 몸부림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삼성전자 견제설이다.
소위 D램 연합동맹에 대한 인텔의 지원설까지 나돌면서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견제설의 와중에서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다.
휴대폰 단말기에서 세계 최고를 꿈꿨던 지멘스는 왜 이를 포기하려 할까.
그것이 만약 '장기적으로 보아 휴대폰 단말기 사업의 마진율이 낮아질지 모른다''결국 1∼2개 업체만 돈을 벌게 될 것'등의 판단에서라면 휴대폰 강자를 꿈꾼다는 우리로서도 언젠가 부딪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더 영악한 후발자가 필연적으로 나올 테니 말이다.
한때 거의 10개 정도의 일본회사들이 D램시장에 진입,세계시장의 80% 가까이 석권할 만큼 전성기가 있었다.
인텔이 스스로 발명했던 D램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옮겨간 것도 이들의 공세와 결코 무관치 않다.
지금의 결과는 물론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이 후발업체의 추격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진퇴의 타이밍을 놓쳤거나,새로운 영역의 개척 등 포트폴리오 구성변화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면 이 역시 우리가 염두에 둘 문제임이 분명하다.
지금 D램분야 1위라고 해서 반도체 산업의 강자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